내용요약 원점 재논의 VS 부당 요구
범의약계는 10일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시행 관련 원점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범의약계 비대위 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첩약 보험급여 시범사업을 앞두고 범의약계와 한의계가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범의약계는 10일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시행 관련 의약 단체들과 정부 간의 원점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의약계 "첩약 급여화 원점 재논의 필요”

의약계 단체 및 원로들로 구성된 '첩약 과학화 촉구 범 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학적 타당성, 비용 효과성 등을 증명하지 못한 한방 첩약 급여 시범사업은 건강보험 체계를 무너뜨린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범대위는 우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통과해서 복지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범대위는 "7월24일 건정심을 통과했다는 시범사업안은 건정심의 심의안건이 아니었다“며 ”소위원회에서 관계단체인 의협, 병협, 약사회의 격렬한 반대와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이를 본회의에서 보고안건으로 상정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것은 이제까지의 정부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에서 그동안 헌신적으로 코로나 대응에 협조해 왔던 의약계를 자극할 첩약 급여 시범사업을 시기적으로라도 늦춰 달라는 단체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강행시킨 복지부의 입장과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난해 복지부는 의협과 별도 협의체를 구성해 시범사업을 구체적으로 논의키로 했으나 이러한 절차없이 건정심 안건으로 상정했다"고 비판했다.

범대위는 이번 의정 협상에서 합의한 바대로 첩약 급여 시범사업을 원점에서부터 의료계와 협의할 것을 촉구했다.

기존 급여 대상 기준인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 효과성 ▲비용 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및 사회적 편익 등을 고려해 요양급여 대상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범대위는 그러면서 "건강보험정책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의사협회, 병원협회, 약사회 등의 의견이 수렴되지 못하는 현재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를 개선하라"고 덧붙였다.

범대위는 또 "한방제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받고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시설에서 생산돼 안전성 검증이 돼 있다"며 "원료 한약재가 개별 한의원에서 직접 조제되거나, 한의사가 없는 원외 탕전실에서 만들어지는 경우 조제 과정 적절성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범대위는 또한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의 신 의료기술이 건강보험의 급여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비용 효과성에 대한 엄정한 검증과 근거를 가져야 했다”며 “더욱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때문에도 필수의료의 수많은 영역이 아직 급여화 대상이 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의계가 첩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 한의계 “의료독점 양의사들의 부당요구”

전날 한의계도 공동 성명서를 내고 의약계의 첩약 보험급여 시범사업 추진 반대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한의계는 “(의약계가) 첩약 급여화엔 ‘딴지’, 건정심 구조개편엔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의료독점에 대한 양의사들의 부당한 요구를 어디까지 들어줘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한의계는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은 지난 7월 24일 건정심에서 오는 10월부터 2023년 9월까지 3년간 연 5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정심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명시된 위원회로 정부관련 공익대표와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가입자 단체, 한양방과 치의계, 간호계와 약계로 대표되는 공급자 단체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명실상부 우리나라 건강보험정책의 최고 심의의결기구이자 사회적 합의기구”라며 “이러한 건정심에서 의결한 사안을 뒤집는다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규탄했다.

한의계는 또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은 8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한약협의체를 운영했으며 건정심 소위원회 역시 2번이나 개최해 다양한 쟁점들을 검토해왔다”며 “건정심 본회의에서도 모든 위원들이 자기의견을 제시했고, 양의계와 약계 몇 몇 위원을 제외하고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아 시범사업이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계는 또한 “원료 약은 GMP 회사에서 생산되고 GMP 시설이 아닌 약국에서 조합되며 이는 양약이나 한약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한약은 식약처가 관리하는 hGMP에서 원료한약재가 생산되고 한의원에서 조제된다. 한약만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의계는 ▲의료독점 시도를 중단 ▲첩약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건정심의 합의 존중 ▲4대 악 의료정책에 대한 양의계와의 공개·끝장토론 제안 ▲한의약 과학화·현대화를 위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등을 선언하며 정부는 국가차원의 제도마련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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