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지난달 31일까지 9위 SK 와이번스와 최하위 한화 이글스의 승차는 5경기였다. 지난 5월 31일 이후 두 팀의 순위는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한화가 최악의 성적으로 꼴찌로 전락하면서 9위 SK, 최하위 한화로 순위가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끝난 듯했던 프로야구 ‘탈꼴찌 전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달 들어 하위권 순위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SK가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한화가 선전하면서 격차가 좁혀졌다. SK는 10일 오전까지 32승 71패 1무(승률 0.311), 한화는 29승 71패 2무(승률 0.290)를 기록해 두 팀의 승차는 1.5경기에 불과하다.

SK는 9일 인천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4-13으로 완패했다. 이날 패배로 11연패를 기록하며 2000년 7월 이후 약 20년 만에 팀 역대 최다 연패 타이기록을 썼다.

SK는 이달 들어 8경기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모두 졌다. 마운드가 초토화된 탓이 크다. 9일 키움전은 SK 마운드의 처참한 현실을 잘 보여준 경기다. SK는 이날 볼넷 16개를 내주며 프로야구 역사상 한 경기 최다 볼넷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2008년 9월3일 잠실 한화-두산전에서 한화가 허용한 14개였다. 당시 경기는 18회까지 진행됐다. SK는 9이닝 만에 불명예 기록을 작성했다. 역대 두 번째로 선발 전원 볼넷 기록도 나왔다. 키움 주전들은 이날 모두 볼넷을 얻어냈다. 

SK는 8일 키움전서도 타선 폭발로 15점을 내고도 투수들이 16점을 내줘 15-16으로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최근 SK의 경기 내용은 프로라는 타이틀이 부끄러운 수준이다. SK는 10일 오전 기준 9월 8경기 중 5경기에서 10점 이상을 허용했다. 최근 3경기에선 무려 39실점했다. SK의 9월 팀 평균자책점은 9.98로 10점대에 육박한다. 앞문과 뒷문 모두 헐겁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10.45이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 투구)는 단 1회에 그친다. 불펜 평균자책점 역시 9.57로 암담하다.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5.89를 기록해 10개 구단 중 최하위로 처졌다. 리그 평균자책점(4.82)보다 1점 이상 높다.

SK는 올 시즌 두 자릿수 연패를 두 번이나 기록하는 등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 2019년 88승(1무55패)을 거둔 팀의 성적이라고는 믿기 힘든 ‘역대급’ 추락이다. SK는 창단 첫 10위와 프로야구 사상 첫 100패 기록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한화 선수단. /OSEN

한화는 악재를 딛고 선전하며 탈꼴찌의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더블헤더 원정 경기에서 1승 1무를 기록하는 등 삼성과 3연전을 위닝 시리즈(2승 1무)로 장식했다.

한화의 최근 흐름은 SK와 정반대다. 최근 6경기 성적은 3승 1무 2패다. 마운드가 힘을 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8일 채드벨(31)이 선발로 나와 6이닝 2실점 호투로 4-2 승리를 이끌었고, 9일 더블헤더 1차전에선 김민우가 111구를 던지는 역투를 펼쳤다. 그리고 이어진 2차전에선 임시 선발 김진욱(20)이 6이닝 무실점의 빼어난 피칭으로 7-0 승리를 이끌며 생애 첫 선발승을 올렸다.

한화는 지난달 31일 재활군에서 훈련하던 사이드암 투수 신정락이 KBO리그 처음으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튿날 육성군 소속 선수 1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한화의 2군·육성군 선수들은 모두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들은 검사 일정에 따라 11~13일에 격리가 해제된다. 컨디션 회복 기간까지 포함하면 이달 말이나 되어야 1군에 합류할 수 있다. 2군 선수 콜업 없이 단 31명의 선수로 최소 2주 이상 버텨야 한다. 1~2군 엔트리 교체를 할 수 없는 악조건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한화는 9월 팀 평균자책점 3.50으로 10개 구단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장시환(33), 워윅 서폴드(30), 김민우, 채드벨이 버티는 선발 로테이션이 예전보다 안정적이다. 강재민(23), 윤대경(26), 김종수(26) 등 젊은 투수들이 주축인 불펜도 잘 버티고 있다.

SK와 한화는 10일과 11일 대전에서 2연전을 치른다. SK가 스윕패를 당하더라도 승률에서 앞서 순위가 바뀌진 않지만, 승차는 뒤집힌다. 상위권뿐만 아니라 하위권 순위 다툼도 흥미로워졌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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