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감염병 공·사 협력 모델 필요
금융감독원이 코로나19 보상 관련 보험 표준약관 개정을 추진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코로나19를 '재해'라고 강조한 가운데, 보험연구계가 감염병 피해를 보장하는 정책보험을 제언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6일 코로나19 등 감염병의 재해보상 여부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생명보험 표준약관과 표준사업방법서 등의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나서 코로나19를 재해로 규정한 것이다.

이전까지 생명보험 표준약관은 감염병 예방법에서 규정된 제1급 감염병을 재해로 인정했지만, 코로나19 등 일부 전염병이 U코드(병인이 불확실한 신종질환의 잠정적 지정)로 분류돼 보험금 보상에 책임이 없다는 논란이 있었다.

연구계에선 코로나19의 재해 인정 차원을 넘어 정책보험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10일 공개한 리포트 '보험산업 진단과 과제 2-사회안전망'에서 보험산업 과제의 일환으로 감염병을 자연재해보험과 유사한 형태의 정책보험 구축을 제언했다.

정책보험이란 정부가 공익성을 목적으로 출시를 제안해 보험사가 개발·판매하는 상품으로, 자연재해나 사고로 인해 대규모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 혹은 환경·복지 등 공익성 목적을 기반한다. 대표적인 정책보험으로 ▲ 수협중앙회의 양식수산물재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이 판매하는 가축재해보험과 농기계종합보험, 풍수해보험 등이 있다.

보험연구원은 '자연재난과 인적 재난에 대해서는 정책보험이 운영되는 반면, 감염병에 대해서는 보험 측면의 공·사 협력 모델이 아직 없는 실정'이라며 '자연재난의 경우 정부에서 보험료를 지원하거나 재보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보험시장에 개입하고, 인적 재난의 경우 가해자의 배상 자력 확보를 위한 보험가입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한다'고 했다.

업계에선 흥국생명이 앞선 7월 '특정감염병정기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코로나19를 포함한 ▲결핵 ▲기타 세균성 질환 ▲기타 감염성 질환 등 특정감염성질환으로 사망시 사망보험금 2000만원을 지급(보험가입금액 1000만원 기준)한다. 또 특정감염성질환 이외의 원인으로 사망할 경우에도 1000만원을 지급한다.

보험연구계가 감염병에 대한 정책보험 도입을 제언했다./픽사베이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사태를 당장 정부 주도의 정책보험으로 실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감염병의 경우 발병 및 유행 시기, 피해규모 등을 예측하기 어렵다. 설령 감염병 피해를 보장하는 정책보험이 정부 주도로 추진돼도, 보험상품이 나오기까지 관련 통계 집적을 통한 손해율 계산 등의 과정이 필요한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과거 사스(SARS)·메르스(MERS)사태와 달리 장기간 동안 확산 기세가 꺾이지 않기 때문에 현시점에선 객관적인 데이터 축적 조차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정책보험 상품은 통상적으로 높은 수준의 손해율을 기록하고 있어 사보험사가 시장 개입을 꺼리는 실정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의 손해율은 2016년 275%, 2017년 201%, 2018년 518%을 기록했다. 수협중앙회가 공시한 '2019년 2/4분기 수협중앙회 양식수산물재해보험'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2분기 역시 589.46%의 손해율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보험이 또 다른 형태의 전염병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피해가 얼마나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책보험 도입이 가능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감염병 피해 보상을 위한 정부차원의 개입과 정책보험 상품 모델 개발이 당장은 쉽지 않더라도 감염병 피해 보장을 위해 중·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2월17일 공개한 '코로나19 영향 및 보험산업 대응과제'에서 "감염병 창궐이 반복되고 그로 인한 기업의 보장공백이 커짐에 따라, 감염병리스크의 부보 가능성(Insurability)에 대한 전향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최근 해외 모델링 기업은 국가단위 방역수준, 인구밀도, 인구이동, 운송패턴 등과 같은 변수들을 이용해 감염병리스크의 발생 가능성 및 영향도 예측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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