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금융혁신과 금융사·빅테크간 상생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디지텀금융협의회'를 출범한 가운데 금융사들은 실효성에 의문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금융위원회가 금융혁신과 금융사·빅테크간 상생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디지텀금융협의회'를 출범시켰다. 금융당국이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 간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에 나섰으나 현장 반응은 냉랭하다. 금융사는 디지털금융협의회의 실효성에 의문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11일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10일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디지털금융협의회'를 출범하고 '제1차 디지털금융협의회'를 개최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과 정순섭 서울대 교수가 공동으로 협의회를 주재한 가운데 금융권, 빅테크·핀테크, 전문가, 노조 등 각계 관계자들이 ▲대형 플랫폼 기업과 기존 금융사 간 공정경쟁 기반 ▲데이터 공유범위 등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금융위는 디지털금융협외회 출범 배경에 대해 최근 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금융시장 진입 등을 계기로 디지털금융 시대에 맞는 규제체계 정비, 경쟁질서 확립 등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균형잡힌 시각에서 실질적인 대안을 심도있게 논의할 협의기구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디지털화와 관련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기존 금융권과 빅테크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중재에 나선 것이다.

정부 주도 아래 디지털금융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규제산업인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기존 금융사 중심으로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금융사는 각종 규제에 발목 잡힌 데 반해 빅테크 기업은 비교적 수월하게 금융업에 진출한 것도 모자라 금융사만의 고유 영역인 여신 업무까지도 우회적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의 마이데이터 정보 제공 범위를 두고 기존 금융권은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정보 제공 범위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빅테크는 신용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정보 제공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빅테크가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주문내역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며 금융사와 빅테크의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손병두 위원장은 디지털금융협외회를 통해 "거대 플랫폼 사업자와 금융회사간 공정한 경쟁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직접 협의회를 출범해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해결을 공식화했으나 역차별을 호소했던 기존 금융사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은 규제산업으로 태생부터 제한된 울타리 안에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애초 혁신다운 혁신이 불가능했다"면서 "반면 빅테크 기업은 거대 플랫폼을 통해 정보·기술 인프라를 갖춘 상황에서 비교적 손쉽게 금융업에 진출해 기존 금융사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위가 이러한 불만을 수그러지게 하기 위해 협의회를 출범했으나 (현재까지 금융당국의 행보를 보면)솔직히 협의회를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이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중재에 나섰고, 협의회의 대명제도 명확하다"면서 "연내에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한다고 했으나 내부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물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은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보공개 범위, 유사 여신업무 등과 관련해 금융사와 빅테크간의 입장차이가 분명해 중재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손병두 금융위원장이 10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Front1)’에서 온라인 화상회의로 열린 ‘제1차 디지털금융 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디지털금융협의회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금융사와 다르게 빅테크 업계는 상생 환경을 조성하길 바랐다.   

빅테크 한 관계자는 "협의회를 통해 빅테크와 금융사가 정부의 금융 혁신에 동참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오해를 풀고 함께 운동장을 넓혀갈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혁신을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한데 서로의 주장에 대해서 잘 듣고 논의를 통해 개방된 환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제1차 디지털금융협의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IT·데이터 등 업권에 한정하지 않고 '소비자의 안전한 디지털 금융 혜택'을 목표를 설정하고 금융사나 빅테크 모두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공감했으나 서로의 입장 차이는 분명했다고 한다. 

전문가 집단으로 디지털금융협의회에 이름을 올린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빅테크 기업이 비교적 수월하게 금융업에 진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금융사가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하긴 힘들다"면서 "늦었다면 늦었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이라도 공정경쟁 생태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장이 마련됐기 때문에 금융 소비자를 최종 목표에 두고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혀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의 핵심이자 경쟁력인 데이터에 대한 차별 없는 접근과 활용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것을 포함해 상호 상생을 위한 규제 개선, 제도 마련 등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2∼4주 간격으로 디지털금융협의회를 주기적으로 개최해 다양한 주제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연말까지 논의된 과제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여 대외 발표하는 것이 목표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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