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하(오른쪽) 수원 삼성 신임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수원 삼성의 2부 리그 강등은 상상해 보지 않았다.”

박건하(49) 수원 신임 감독이 프로축구 K리그1(1부) FC서울과 시즌 2번째 슈퍼매치 패배 후 한 말이다. 그러나 수원의 2부 리그 강등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박건하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수원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0라운드 서울과 원정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서울과 공식전 맞대결 전적에서 100전 35승 29무 36패를 기록했다. K리그 전적에선 32승 24무 35패로 밀렸다.

◆정신무장했지만, 오히려 자책골

박 감독의 ‘극약처방’도 효과가 없었다. 박 감독은 “(슈퍼매치에 앞서) 선수단과 짧은 시간 만남이었기 때문에 전술적인 움직임보다는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다 같이 하나가 되자는 주문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정신력만 무장한다고 팀이 크게 바뀌는 건 아니었다. 수원은 오히려 경기 초반 뼈아픈 자책골 실수를 범했다. 전반 6분 오른쪽을 쇄도해 들어간 서울 조영욱(21)이 문전으로 달려 들어가던 정한민(19)을 향해 넘긴 땅볼 크로스를 조성진(30)이 밖으로 차 낸다는 게 골문 안으로 향했다. 수원은 전반 19분 염기훈(37)의 페널티킥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후반 15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상대 고광민(32)의 패스를 받은 한승규(24)에게 골을 허용하며 주저앉았다. 후반전 들어 박주영(35), 기성용(31) 등 베테랑들을 대거 투입한 서울을 상대로 결국 추가골을 뽑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수원은 2연패를 당하며 리그 11위(4승 5무 11패ㆍ승점 17)에 머물렀다. 최하위인 12위 인천 유나이티드(3승 6무 11패ㆍ승점 15)와 승점 차는 ‘2’에 불과하다. 향후 반등하지 못하고 꼴찌로 추락하면 2부로 강등된다. 최근 7경기 1승 1무 5패의 부진을 이어간 점이 크게 우려스럽다.

박 감독은 경기 후 “갑작스런 전술 변화는 선수단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스리백 전술을 활용했다. 선수들이 의욕은 있었지만 전반전에 많이 뛰어서 체력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존재했다. 조성진이 일찍 나가면서 공격 교체가 잘 이뤄지지 못해 아쉽다”고 돌아봤다. 그가 걱정하는 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선수단의 사기다. “선수들이 (최근) 승리하지 못하면서 심리적으로 굉장히 위축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염기훈(왼쪽).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다음 상대는 포항 ‘험난한 일정’

수원은 리그 순위도 하위권이지만, 서울과 만날 때마다 유독 위축되곤 한다. 지난 2015년 6월 27일 맞대결에서 0-0 무승부를 거둔 이래 서울전 18경기에서 8무 10패로 크게 고전하고 있다.

올 시즌 ‘슬퍼매치(슬픈 슈퍼매치란 의미)’의 한 축인 서울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7승 3무 10패로 승점 24가 된 서울은 6위에 올라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위권으로 밀려 나 있던 서울은 이제 파이널A 진출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수원 구단 내에 있다. 어떠한 처방도 주효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박 감독이 새롭게 구심점을 잡고 베테랑 염기훈까지 수원 한 구단에서만 ‘70골-70도움’을 돌파하는 기록을 작성했지만 패배를 막을 순 없었다. 공수 모두 정상이 아니다.

수원은 16일 오후 7시 홈인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21라운드 경기를 벌인다. 최근 3연승을 달리며 리그 4위(10승 4무 6패ㆍ승점 34)를 달리고 있는 포항은 ‘난적’이다. “수원이라는 구단에 자부심이 있다. 이 위기를 가만히 볼 수만은 없었다”며 수원의 지휘봉을 잡았다는 박 감독이 수원의 명예회복을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종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