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14일(한국시각) 홈 개막전에서 패한 가운데 크리스티안 에릭센(사진)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조제 무리뉴(57) 토트넘 홋스퍼 감독의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시작됐다. 개막전부터 우울한 결과를 낳았다. 토트넘은 14일(이하 한국시각)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버턴FC와 홈 개막전에서 0-1로 패했다. 후반 10분 프리킥 상황에서 칼버트 르윈에게 헤더골을 허용하며 패배의 쓴잔을 들었다.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 내용을 봐도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빅4'에 재진입해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겠다는 토트넘의 목표에 먹구름이 드리운 듯하다. 동시에 한 사람의 얼굴이 뇌리를 스친다. 개막전 경기만 놓고 보면 이탈리아로 떠나간 크리스티안 에릭센(28)에 대한 진항 향수가 생긴다.
 
무리뉴 감독은 홈 개막전에서 해리 케인을 최전방에 세우고 손흥민과 델레 알리, 루카스 모우라를 2선에 배치했다. 여기에 '이적생' 중앙 미드필더 피에르-에밀 호이베에르와 라이트백 맷 도허티를 선발로 기용했다. 하지만 기존 멤버와 이적생 간 호흡은 완벽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 가장 큰 문제는 토트넘에 에릭센의 대체자가 없었다는 점이다. 에릭센의 대체자로 지목한 지오바니 로 셀소는 부상으로 결장했고, 그 임무를 부여 받은 알리는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알리가 중앙에서 볼을 간수하고 뿌려 주지 못하다 보니 토트넘의 공격은 단조로워졌다. 이른바 '뻥 축구'가 진행됐다.
 
손흥민과 데이비스는 끊임없이 왼쪽 측면을 뛰어 다녔고, 같은 시각 모우라와 도허티 역시 오른쪽 측면을 오갔다. 상대 볼 탈취 후 나선 몇 차례 역습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공격은 측면으로 쏠렸다. 토트넘의 공격은 단조로웠고, 그럴수록 에버턴의 수비는 견고해졌다.
 
무리뉴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알리를 빼고 무사 시소코를 투입했다. 시소코는 중앙보다는 측면에서의 임무를 부여 받은 듯 옆 쪽에 계속 머물렀고 답답한 공격 전개와 볼 배급은 계속됐다. 무리뉴 감독은 후반 15분 손흥민을 케인과 함께 투톱으로 올리면서 해리 윙크스를 빼고 스티븐 베르바인을 투입했다. 또 측면 자원의 투입이었다.
 
중원이 살아나지 않는 단조로운 측면 위주의 공격은 답답함만 더할 뿐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후반 31분 도허티를 빼고 왕성한 활동력을 바탕으로 하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탕기 은돔벨레를 투입했다. 역시나 중원의 숨통을 틔어 줄 교체는 아니었다. '뻥 축구'에 변화가 있기를 바랐지만 역부족이었다.

조제 무리뉴 토트넘 감독이 시즌 개막전에서 패했다. /연합뉴스

반대로 '빅6'를 상대로 41번째 경기 만에 승리를 거둔 에버턴은 지난 시즌과 달랐다. 토트넘의 측면에 손흥민이 있다면 에버턴의 측면에는 히찰리송이 있다. 에버턴 역시 토트넘과 비슷한 전형을 기본으로 했다. 4-3-3 전형으로 히찰리송의 측면 공간 활용과 최전방 도미닉 칼버트-르윈을 비롯한 중원의 공격자원들이 공격을 풀어간다.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과 에버턴의 다른 점이 있었다면, 주요 공격 옵션에게 만들어지는 찬스였다.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기회를 거의 열어주지 못했으나, 에버턴은 히찰리송에게 볼 배급을 원활하게 했다. 에버턴 공격이 매끄럽게 진행된 데에는 카를로 안첼로티 에버턴 감독의 애제자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중앙 미드필더 알랑 마르케스가 중심에 서 있다. 하메스는 양질의 패스와 시야로 토트넘 진영을 넘봤고, 알랑 역시 중원에서 왕성한 활동력과 패스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그렇게 '이적생' 하메스와 알랑은 토트넘의 홈 개막전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다.
 
하메스의 활약을 지켜 볼수록 토트넘에 크리스티안 에릭센 공백이 강하게 느껴졌다. 에릭센은 올해 1월 이탈리아 세리에 A 인테르 밀란으로 이적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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