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후 호수에 입수하는 이미림. /AP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이보다 더 극적인 승부가 또 있을까. 이미림(30ㆍNH투자증권)이 짜릿한 연장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메이저 퀸’으로 우뚝 섰다.

이미림은 14일(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파72·6763야드)에서 펼쳐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310만 달러· 약 37억 원) 최종 4라운드에서 역전극을 연출하며 정상에 올랐다. 

그는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의 성적을 냈다. 마치 ‘우주의 기운’이 몰린 듯했다. 하루에 한 번도 힘들다는 칩샷으로 홀 아웃을 하는 장면을 세 번이나 연출했다. 먼저, 6번홀(파4)에서 그린 주위에서 오르막 칩샷으로 버디를 낚았다. 16번홀(파4)에서도 좀 더 긴 거리의 칩인 버디를 만들어냈다. 이어 18번 홀에서 기적 같은 칩인 이글을 잡아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사실 경기 막판 이미림의 우승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치른 넬리 코르다(22·미국)에게 17번홀까지 두 타를 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18번홀에서도 초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 펜스 근처까지 가면서 우승과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이 이미림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미림이 마지막 희망을 품고 시도한 내리막 칩샷이 두 번 정도 튕긴 뒤 굴러가다가 깃대를 맞고 그대로 홀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림은 극적인 이글을 잡으며 단숨에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뒤이어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코르다가 파, 브룩 헨더슨(23·캐나다)이 버디를 기록하면서 이미림과 어깨를 나란히했다. 

기적적으로 연장전에 돌입한 그는 곧바로 승부를 매조지었다. 코르다, 헨더슨과 가진 플레이오프에서 유일하게 버디를 따내며 챔피언에 올랐다. 지난해 고진영(25)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이 대회 한국 선수 우승을 달성했다. 캐디와 함께 '포피스 폰드'에 뛰어들며 올해 '호수의 여인'이 됐다. 

이미래가 우승 직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AP 연합뉴스

이미림은 2017년 3월 KIA 클래식 이후 3년 6개월 만에 LPGA 투어 4승째를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장식했다. 올 시즌 두 차례 대회에 나가 모두 컷 탈락한 부진을 씻으며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우승 직후 “잘 모르겠다. 믿지 못하겠다”고 기뻐했다. 기자회견에서도 “연장을 앞두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빨리 끝내자고 생각하고 쳤다”며 “아직 믿기지 않는데 가족을 만나야 우승을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미림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LPGA 투어에서 10년 연속 메이저 대회 우승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2011년부터 지난 해까지 태극낭자들은 해마다 최소 하나 이상의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올해도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에서 낭보를 전했다.

한편, 올 시즌 처음으로 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한 박성현(27)은 이븐파 288타로 공동 40위에 랭크됐다. 양희영(31)과 이미향(27)이 나란히 7언더파 281타로 공동 15위에 올랐고, 박인비(32)는 1언더파 287타로 공동 37위에 자리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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