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기괴괴 성형수' 인간사회 지옥도 그리고 싶었죠“
[인터뷰] "'기기괴괴 성형수' 인간사회 지옥도 그리고 싶었죠“
  • 양지원 기자
  • 승인 2020.09.15 13:21
  • 수정 2020-09-15 13:21
  • 댓글 0

전병진 PD(왼쪽)와 조경훈 감독./에스에스애니멘트 제공.
전병진 PD(왼쪽)와 조경훈 감독./에스에스애니멘트 제공.

[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동명의 네이버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9일 개봉)는 바르면 완벽한 미인이 되는 위험한 기적의 물 ‘성형수’를 알게 된 예지가 미인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겪게 되는 호러성형괴담이다. 외모 지상주의를 날카롭고 적나라하게 파헤친 이 애니메이션은 제목만큼 기괴한 결말로 짙은 여운을 남긴다. 여전히 현 사회에 만연한 외모로 인한 차별과 타인의 시선에서 규정된 미(美)를 독특한 방식으로 비판한다. 조경훈 감독과 전병진 프로듀서는 ‘기기괴괴 성형수’에 대해 “타인이 외모를 규정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폭력. 폭력들이 얽히고설킨 과정에서 나오는 인간사회의 지옥도를 그리고 싶었다”라고 했다.

-웹툰 ‘기기괴괴’ 시리즈 중 ‘성형수’ 에피소드만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전병진 PD=“애니메이션 기획을 하는 건 해외 시장 수익이 필수적이다. ‘기기괴괴 성형수’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하게 된 게 2014년도였는데 그 당시 시장 자체가 중국에 대한 관심이 많을 때였다. 중국 시장을 들어갈 수 있는 아이템을 생각했고 만화 시장을 먼저 분석했다. 공포나 호러 장르를 해야겠다고 판단했고 오성대 작가의 ‘기기괴괴’만 오리지널 아이디어가 있었다. 아이디어가 굉장히 뛰어났다. 중국시장을 공략할 때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 오 작가와 판권 계약을 했다. 중국에서 투자 받는 것도 수월하겠다고 생각해 ‘성형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진행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드 문제가 터졌다. 그 때부터는 다른 에피소드는 포기하고 ‘성형수’를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게 됐다.”

-단순히 성형에 대한 현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은 데 그치지 않고 독특한 개성이 부각된 작품이다.

조경훈 감독=“개인적으로 성형의 위험성, 부작용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관심 있었던 지점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美)라는 게 무엇이냐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미. 다른 사람이 나의 외모를 어떻게 규정하고, 규정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폭력. 폭력들이 얽히고설킨 과정에서 나오는 인간사회의 지옥도에 집중하고 싶었다. 원작은 기본적으로는 성형수라는 소재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영화로 이걸 구성하기에는 분량도 짧을뿐더러 사이사이 맥락들이 생략돼있다 보니 예지라는 주인공 캐릭터에 방점을 두고 영화를 끌고 갔다.”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포스터.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포스터.

-원작처럼 연예계를 배경으로 삼았는데.

조경훈 감독=“연예인이라는 존재가 타인의 시선으로 먹고 살지 않나. 영화 속 처음 예지가 한 직업 역시 메이크업 아티스트이다. 누군가를 꾸며주는 역할로 연예인과는 상반된 구조다. 어린 시절 예지의 꿈이었던 발레 역시 실력을 보여주고 인정받는 스포츠이다. 외모로 좌절을 겪게 되고 스스로 갇혀버린 예지가 성형수라는 존재로 인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연예인이 된다. 연예인은 대중이 원하는 걸 보여주는 직업이지 않나. 타인이 보는 미라는 관점을 보여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전병진 PD=“원작에 있는 걸 극대화시키려고 노력한 부분이 주인공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이야기이다. 극단적인 상황을 오르내리는 걸 강조하기 위해 원작에 있는 세계관을 활용했다. 연예계라는 설정도 추가됐다. 원작은 성형수가 이미 팔린 세상으로 나오는데, 우리 작품은 아주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성형수’로 설정했다.”

-외모 지상주의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신체 노출이 불가피했을 것 같다. 접근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조경훈 감독=“어려운 부분들이 있긴 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타인의 시선으로 찬 작품이다 보니 더 그랬다. 내부에 있는 여성 감독님들에게 조언을 많이 받았다. 예지가 성형수를 붓고 목욕탕에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남성의 시선을 배제하려고 했다. 여성의 신체를 탐하는 게 아니라 전체를 관찰하는 구조로 연출했다. 이런 부분을 곳곳에 녹이려고 했다.”

전병진 PD(왼쪽)와 조경훈 감독./에스에스애니멘트 제공.
전병진 PD(왼쪽)와 조경훈 감독./에스에스애니멘트 제공.

-나름대로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지닌 애니메이션이다.

전병진 PD=“원작과 기본적인 뼈대는 같다. 원작을 각색하면서 어려웠던 지점은 계속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야 하니까 충격적인 아이디어들이 연속되는데 웹툰이 워낙 인기 있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해야 했다. 장편의 스토리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는 좋은데 어떤 아이디어를 보면 좀 과하다 싶은 건 걷어냈다. 현실적으로 영상을 봐야 할 관개들이 터무니없어할 아이디어는 뺐다.”

-청소년 이상의 1525세대를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물게 호러 장르의 작품인데 선례를 남길 것으로 보나.

조경훈 감독=“연상호 감독의 ‘서울역’ ‘사이비’ ‘돼지의 왕’ 등의 작품도 사회비판적이다. 연상호 감독의 작품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개인적으로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장르영화의 본질적인 재미를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시기에 과감한 시도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전병진 PD=“디즈니만 큰 수치를 기록하다 보니 현혹돼서 발견을 못 하고 있을 뿐이지 청소년 이상이 보는 애니메이션은 늘 존재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가 기본적으로 재미있어할 작품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공급이 잘 되지 않았다고 본다. 아마 우리 작품이 시장을 증명하는 첫 사례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유아적으로만 편중돼 있는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도 시선을 다르게 돌려서 15세 이상의 다른 좋은 작품을 만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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