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왼쪽)와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팬들에게 허리 숙여 사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스포츠에 '만약'은 의미 없겠지만 1982년 출범한 KBO리그 38년 역사에서 역대급 꼴찌의 전설과 전설이 맞붙는다면 어떨까. 현재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패 기록은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28승 7무 97패)와 2002년 롯데 자이언츠(35승1무97패)의 97패다. 각각 팀당 132경기, 133경기 체제이던 시절이다. 이 중 쌍방울은 제외한다. 1999년 쌍방울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여파로 모기업은 물론 구단의 존폐가 기로에 섰던 상황이었다. 당시 쌍방울은 선수단을 제대로 구성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맞이한데다 주축 선수들을 현금 트레이드로 팔아가면서 간신이 팀을 유지했다. 결국 2000년 SK 와이번스에 매각됐다. 반대로 2002년 롯데는 모기업의 지원과 2001년 시즌 중 사망한 고(故) 김명성 감독과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럼에도 롯데는 97패를 했다. 이런 롯데의 97패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구단은 한화 이글스다. 한화는 KBO 역사상 첫 한 시즌 100패의 위기에 처해 있다. 

2002년 롯데 자이언츠는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연합뉴스

◆2002년 최악의 시즌을 보낸 롯데

2002년은 롯데에게 있어 역대 최악의 시즌이다. 고 김명성 감독에 이어 감독대행을 수행했던 우용득 수석코치가 정식 감독으로 승격한 채 2002시즌을 맞은 롯데는 시작부터 삐걱였다. 팀 타선의 중심이자 KBO리그 첫 계약연장 용병인 펠릭스 호세(55)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이중계약 파동으로 용병최초 KBO 영구제명을 받게 됐다. 호세의 공백 속에 롯데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활약한 경력이 있는 니모 베로아를 대체자원으로 뽑았다. 이어 캔자스시티 로얄즈에서 활약했던 크리스 해처와 좌완 투수 대니얼 매기를 엽입했다. 결과적으로 용병 농사는 대흉작이었다. 시즌 초반 두 명의 용병 타자는 모두 퇴출됐고, 그나마 투수인 매기가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고질적인 제구 문제로 불안했다. 

국내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투수진은 처참했다. 불펜의 중심이었던 가득염은 평균자책점 5.61을, 김사율은 4승 11패 2홀드 평균자책점 5.48을 마크했다. 김영수는 전설의 '2승18패' 기록을 남겼다. 팀 내 최다승은 8승14패의 염종석이었다. 타자도 마찬가지다. 풀타임 3할 타자가 없었다. 그나마 최기문이 타율 0.285로 팀내 1위를 차지했으며 베테랑 김응국이 0.284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 타자들은 타율 0.270을 모두 넘지 못했다. 투타가 모두 붕괴된 롯데는 평균 한 달에 3~5승을 달성했다. 롯데는 물론 KBO 역사에 남을 최악의 성적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는 결국 35승1무97패 승률 0.265, 압도적 꼴찌로 시즌을 마쳤다. 이는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승률 0.188, 1999년 쌍방울의 승률 0.224에 이은 역대 3위 기록이다. 7위 한화의 승률이 0.461이었다.  

한화 이글스 레전드 투수 출신 정민철 단장은 올 시즌을 앞두고 도약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공염불에 그친 한화의 도약

레전드 투수 정민철을 새 단장으로 영입하며 도약을 외쳤던 한화의 당찬 포부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화는 올 시즌 연습경기에서 '0승2무4패'를 기록했다. 이 중 1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선발이 무너지면서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하지만 개막전은 달랐다. SK를 상대로 서폴드가 완봉승을 거두며 11년 만에 개막전 승리를 신고했고, 위닝시리즈는 만들었다. 하지만 불펜의 난조와 식물 타선의 물 방망이로 이후 5연패로 추락했다. 여기에 3할대 타율을 보이던 하주석과 오선진이 한꺼번에 부상으로 이탈했고, 호투하던 서폴드와 김민우 등 선발진마저 무너지면서 8연패의 늪에 빠졌다. 이 기간 중심 타자 김태균은 1할대 타율을 보이며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순위표는 최하위로 떨어졌다. 

한화는 6월7일 한 시즌 구단 최다연패인 14연패와 타이를 기록했다. 결국 한용덕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그 빈자리는 최원호 2군 감독이 감독대행으로 대신했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2군 선수들을 대거 콜업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그러나 6월9일~11일 롯데와 3연전에서 모두 패배한데 이어 6월12일 두산과 경기에서도 패하며 18연패로 1985년 이후 35년 만에 삼미의 역대 KBO리그 최다연패와 타이를 기록했다. 야구팬의 이목이 집중된 6월14일 두산전. 한화는 두산을 제물로 삼으며 18연패 사슬을 끊었다. 

역사상 첫 정규시즌 100패 위기에 몰린 최원호 감독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남은 38경기서 25번 지면 '100패' 새 역사 창조

하지만 이후 드라미틱한 반전은 없었다. 한화는 5월5일 개막 후 3개월여가 지난 8월11일에야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전구단 상대 승리를 챙겼다. 악재는 계속됐다. 김범수, 정은원, 윤호솔 등 기대주가 줄지어 부상으로 이탈한데다 장타력으로 큰 힘이 됐던 브랜든 반즈와 주포 김태균마저도 부상으로 이탈했다. 스쿼드 구성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팀이 무너진 상황은 지난달 19일 SK와 경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화는 6-26의 역대급 참패를 기록했다. 26실점은 1997년 LG의 대(對) 삼성전 27실점 이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았다. 지난달 31일 서산 재활군에 있던 투수 신정락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2군 전체가 검사를 받게 됐다. 그 여파로 1군으로 콜업된 2명의 선수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1일에는 신정락과 접촉했던 육성군 소속 김경태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화의 패배는 현재진행형이다. 5일 KIA 타이거즈에 패하며 10개 구단 최초로 70패를 달성했다. KT 위즈가 KBO리그에 합류한 이후 한화는 최소 경기 만에 70패 고지를 찍었다. 10일~11일 SK, 12일~13일 KT와 2연전을 모두 패배하며 4연패에 늪에 빠진 한화는 15일 기준 남은 38경기에서 25패를 하면 KBO 사상 첫 100패를 확정한다. 현재 페이스라면 지난해 기록한 구단 한 시즌 최다패(86패) 기록 경신 가능성도 커 보인다. 구단 최다패까지 11패가 남았다. '진퇴양난'. 한화가 100패라는 역대급 굴욕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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