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조이기가 현실화 되면서 실직자와 소상공인들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신용대출 조이기가 현실화되면서 실직자와 소상공인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장 필요한 생계자금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을 이용해야 하지만,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 여신담당 임원은 지난 14일 화상회의를 열고, 신용대출 증가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신용대출 조이기 돌입에 실직자·소상공인 ‘당혹’  

최근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0일까지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25조4172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1조1400억원 불어났다. 이로 인해 사상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지난달 수준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말 5대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24조2747억원이었다. 지난 7월 말 대비 4조704억원 증가하며 사상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고소득, 고신용자 중심의 고액대출이 크게 늘면서 은행의 신용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1억원 이상의 고액 신용대출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사실상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조이기에 돌입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은 실직자와 소상공인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로 실직한 A씨는 “코로나19로 재취업도 힘든 상황”이라며 “실업급여 수령기간이 끝나가서 생계자금을 위해 신용대출을 받으려고 하는데 이마저 막아버리면 죽으라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소상공인 B씨는 “매출이 줄고 월세는 매달 나가는 상황에서 신용대출은 최후에 보루”라며 “갖은 정책으로 서민과 소상공인을 지원한다고 하고서 뒤에서는 신용대출을 조이겠다는 것은 이들을 말살하는 정책으로만 보인다”고 호소했다. 

 

‘핀셋 규제’에도 우려의 목소리 여전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급증을 이끈 차주가 고소득·고신용자라고 정의하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핀셋 규제’를 시사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신용대출이 공급이 줄어들 경우 코로나19 장기화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현재 금융당국은 고소득·고신용자가 주택담보대출 규제 우회로로 신용대출을 이용했다고 보고 있다. 또 과열양상으로 치닫는 주식시장으로도 자금이 흘러간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 10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85~3.75%로 지난달 1.74~3.76% 대비 소폭 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고신용자는 2% 안팎의 신용대출이 가능하다.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2~4% 주준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낮은 금리다. 

또 지난 2일 마감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 58조5542억원의 증거금이 몰린 가운데 지난 1~2일 5대 시중은행에서 늘어난 신용대출 잔액만 4조7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6월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 대박 등 주식 투자 열기는 뜨거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권이 실적 경쟁에 나서면서 신용대출이 급증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비대면 신용대출로 절차가 매우 간편해졌고 신용대출 금리가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신용융자시장과 증시 주변자금 추이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가고, 최근 신용대출 증가가 은행권의 대출실적 경쟁에 기인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또 “용도를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생계자금 ▲사업자금 수요 증가 ▲주식·부동산 등 자산으로의 자금 유입 ▲인터넷은행의 적극적인 영업확대 노력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4대 시중은행 사옥./연합뉴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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