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120' 실패한 동화약품, 체질·지배구조 동시 개선
'비전 120' 실패한 동화약품, 체질·지배구조 동시 개선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9.15 15:57
  • 수정 2020-09-15 15:57
  • 댓글 0

윤도준·윤인호 부자, 신사업 발굴 위해 과감한 투자
동화약품 대표 품목 '까스활명수'. /동화약품 제공
동화약품 대표 품목 '까스활명수'. /동화약품 제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설립 123주년을 맞은 국내 최장수 제약사인 동화약품이 지주사로 전환과 함께 다양한 사업에 투자하며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2017년 매출 7500억원 달성을 골자로 한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의 '비전120'은 실패했지만, 이번 변화를 통해 '퀀텀 점프'를 할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동화약품은 최근 3년간 헬스케어 및 인공지능(AI) 관련 바이오벤처에 약 130억원을 투자했다.

예를 들어 의료 AI 기반 진단 보조 및 발병 예측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인 '뷰노'에 지난 7월 30억원 지분 투자로 지분 1.9%를 확보했다. 같은 달 동화약품은 국내 척추 임플란트 시장 1위 기업인 의료기기 업체 '메디쎄이'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동화약품이 메디쎄이 창업주인 고(故) 장종욱 전 대표의 상속분(159만8358주)과 장 전 대표 일가 및 김호정 전 대표(등기임원)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등 총 201만8198주(지분율 52.93%)를 오는 24일 196억원에 취득하는 형태다.

또한 ▲에스테틱 바이오 '제테마' 50억원(지분율 2.04%) ▲모바일 헬스케어 '필로시스' 20억원(미공개) ▲헬스케어 스타트업 '비비비' 20억원(전환우선주에 투자)  ▲의료기기 제조사 '리브스메드' 10억원(0.91%)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크라우디' 5억원(8.4%) ▲디엔케이코퍼레이션 10억원(강스템바이오텍과 조인트벤처 설립) 등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외에 지난해 1월 엑셀러레이터 크립톤과 함께 유망 기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한 '동화-크립톤 기업가정신 제1호 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에 동화약품은 50억원 규모를 출자했다.

동화약품이 최근 투자를 늘린 까닭은 사업구조 개선과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 회사는 활명수와 후시딘, 판콜, 잇치 등 일반의약품이 연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고수익의 전문약이나 원료의약품 비중이 다른 제약사보다 낮은 탓에 윤 회장은 지난 2011년 '비전120'을 선포하고, '글로벌 신약 발매'를 비롯해 해외·신규 사업 확대, 일반약·전문약 균형 성장, 2017년까지 7500억원 달성이라는 목표도 설정했다.

그러나 매출액은 여전히 30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이마저도 대부분 일반약에서 나와 윤 회장의 '비전120' 사실상 실패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왼쪽)과 윤인호 전무. /동화약품 제공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왼쪽)과 윤인호 전무. /동화약품 제공

◆ 동화약품 과감한 투자, 배경은 탄탄한 내실  

동화약품이 이처럼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이오벤처 기업에 투자해 성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동화약품은 제넥신이 설립된지 2년 만인 지난 2000년 8800만원을 투자했다. 이후 제넥신은 2009년 코스닥에 상장됐고, 동화약품의 지분 가치는 올해 상반기 기준 61억원으로 67배 이상 불어났다. 

두둑한 주머니 상태도 지속적인 투자를 뒷받침한다. 본격적인 투자를 앞둔 2016년 말 기준 1515억원이던 유동자산은 올해 6월 말 2458억원으로 6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57원에서 1114억원으로 211.9% 불어났고, 기타금융자산은 312억에서 375억원으로 20.4% 증가했다.

특히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올 상반기 142억원으로 전년 동기 73억원보다 95.4% 늘었다.

윤 회장과 장남 윤인호 동화약품 전무가 스타트업에 우호적인 점도 투자 단행의 배경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의 경우 지난 2018년 열린 스타트업 축제 '헤이스타트업! & 스타트업 박싱데이'를 특별 후원한 바 있다. 

윤 전무는 현재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회사의 주력 사업인 일반의약품(OTC)뿐 아니라 전문의약품(ETC) 등 모든 사업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략기획본부에서 근무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과 신사업 진출을 추진했다.

동화약품 연구소. /동화약품 제공
동화약품 연구소. /동화약품 제공

◆ '수직 계열화' 동화약품, R&D에 공들일까

업계 안팎에서는 동화약품의 지배구조가 윤 전무 중심으로 '수직화'된 만큼 자체 신약개발 투자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한다.

당초 윤 회장과 윤 전무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송재단은 상장사인 동화약품과 비상장사인 동화지앤피, 흥진정공, 동화개발 등 4곳을 복잡한 순환출자 형식으로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윤 전무가 지난해 말 '디더블유피홀딩스'를 설립하고, 동화약품 최대 주주인 동화지앤피 지분 85%를 확보했다. 또 동화지앤피는 동화약품 지분 15.2%를 보유해 '윤 전무→디더블유홀딩스→동화지앤피→동화약품'의 수직적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동화약품은 연구개발(R&D) 투자도 서서히 늘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화약품의 올 상반기 R&D 투자액은 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로 1.3%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지난 3년(2017년 6%, 2018년 5.4%, 2019년 5.6%) 평균인 5.7%보다 높은 수치다.

이밖에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19 치료후보물질 'DW2008S'에 대한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을 신청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약사였지만, 성장 정체에 빠진 후 일각에서는 '역사만 길다'고 비판했다"며 "그러나 최근 역동적인 모양새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체질 개선이 향후 어떤 결과로 이이질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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