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디바’(23일 개봉)는 국내 영화에서는 쉽게 다룬 적 없던 다이빙을 소재로 한 여성의 욕망과 광기, 그리고 추락을 담는다. 뭐든지 순위로 평가되는 두 다이빙 선수들의 고독함과 잠재돼 있던 욕망을 스릴러라는 장르로 표현했다. 짧은 러닝타임의 미덕인지 스릴러라는 장르 덕인지 지루할 틈이 없다. 다만 인물 간 행동에 대한 당위성과 캐릭터들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디바’는 다이빙계의 퀸 이영(신민아)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잠재되었던 욕망과 광기가 깨어나며 일어나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그린다.

이영은 인기 다이빙 선수다. 실력과 성격 모두 완벽한 이영은 자신과 달리 점점 실력이 떨어지는 수진(이유영)이 안타깝다. 수진은 이영에게 “코치가 은퇴하라고 한다”고 하고 이영은 수진의 재기를 위해 팀플레이를 펼치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영과 수진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영은 일주일 만에 의식을 찾았지만 수진은 실종된 상태다. 이영은 실종된 수진을 찾고자 하지만 동료들은 수진에 대해 안 좋은 말들을 쏟아낸다. 사고 당시 기억이 없는 이영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 조각난 퍼즐들을 맞춰가기 시작한다.

영화 '디바' 리뷰.

‘디바’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순간의 기술과 아름다움을 겨루는 스포츠인 다이빙과 미스터리 스릴러의 조합이 돋보인다. 최고를 향해 추락하는 이영과 수진의 내면을 묘사함으로써 극적인 긴장감을 조성한다. 특히 수진이 이영을 향해 “가까이서 보면 일그러진 얼굴로 추한데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스포츠가 다이빙 같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공포와 욕망으로 얼룩진 내면과 달리 겉으로는 최고를 꿈꾸는 두 사람의 모습을 담은 뜻이기도 하다.

‘디바’는 최고를 향해 달려가고자 하는 두 여성의 잠재된 욕망과 광기를 추락이 매력적인 스포츠 다이빙과 미스터리 장르를 결합시켜 표현한다. 누구보다 절친한 관계처럼 보이는 두 친구의 보이지 않는 균열과 순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갈등을 공포와 스릴 있는 구성으로 화면에 그려낸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드러나는 이영의 광기는 소름을 자아낸다. 늘 완벽해 보이는 이영이 진실을 알게 된 후 점점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는 모습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이영과 수진의 마지막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디바’는 스릴러라는 장르에 맞는 연출과 구성으로 스릴을 준다. 늘어지지 않는 속도감 있는 전개 역시 미덕이다.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차가운 수영장과 물 역시 스산한 느낌을 조성한다. 스릴러 장르에 줄곧 등장하곤 했던 몇 가지 클리셰가 눈에 띄지만 발목을 잡을 정도는 아니다.

한국판 ‘블랙스완’으로 불렸지만 스토리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인물들 간의 관계와 행위가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극에 달한 욕망과 광기에 비해 서사에는 빈틈이 보인다.

배우 신민아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얼굴을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해맑은 미소 뒤 숨겨진 광기와 욕망을 본 적 없는 표정으로 표현하며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이유영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수진 역에 걸맞은 연기로 스릴을 더한다. 러닝타임 84분. 15세 관람가.

사진='디바' 포스터 및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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