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우대금리 폭 줄여 신용대출 금리 수준 높인다"
은행들이 신용대출 총량과 속도를 조절하고 나섰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시중은행들이 대출에 대한 총량제한과 속도 조절에 나설 전망이다. 영끌과 빚투로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잠재적 금융 위험 요소로 떠오르자 조치에 나선 것이다.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모았다'는 뜻이다. 빚투는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대금리(금리할인) 폭을 줄여 전체 신용대출 금리 수준을 높이고, 최고 200%에 이르던 일부 전문직의 연 소득 대비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각 은행에서 최저 금리로 돈을 빌리려면 우대금리 혜택을 받아야 한다. 우대금리는 해당 은행 계좌나 계열 카드 이용 실적, 금융상품 가입 유무 등 여려 부가 조건에 따라 적용된다. 우대금리 수준은 은행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0.6~1.0% 정도다. 
 
지난 10일 기준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85~3.75%로 집계됐다. 우대금리 폭이 줄어든다면 1%대 금리의 신용대출은 당분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은행권은 우대금리 폭을 줄여 신용대출 금리 수준을 지금보다 높이면 대출 증가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율적 신용대출 관리 방안으로서 우선 우대금리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시중은행 모두 신용대출 위험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과도한 신용대출을 자제하라는 뚜렷한 메시지를 받았다”며 “금리에 민감한 요즘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은 우대금리 조정 등을 통해 금리를 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한 시중은행은 지난 1일 이미 선제적으로 신용대출 우대금리 할인 폭을 0.2%p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은행들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특수직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도 낮출 예정이다. 신용대출은 보통 연 소득의 100~150% 범위에서 이뤄지지만, 전문직이나 특수직 등은 현재 은행에서 많게는 연 소득의 200%까지 빌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봉이 1억원일 경우 담보 없이 신용대출로만 끌어모을 수 있는 돈이 2억원에 이른다는 것으로, 연봉의 2배에 이른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 여신담당 그룹장급 부은행장과의 화상회의에서 최고 200%에 이르는 신용대출 소득 대비 한도가 너무 많지 않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감원은 소득 대비 한도 비율뿐 아니라 신용대출 절대 금액이 너무 큰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대출액이 5000만원에서 1억원 수준이면 일반적 생활자금 용도로 볼 수 있지만 2~3억원에 이르는 신용대출은 ‘투자 수요’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급증한 신용대출 자금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와 대출 총량 조절에 관심을 기울였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서민의 생활자금용 신용대출까지 조일 수 없으니 결국 낮은 금리로 수억 원씩 빌리는 고신용·고소득 전문직의 신용대출부터 줄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총량 관리 차원에서 은행에 연말까지 신용대출 계획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저소득 계층의 생활고와 관련된 신용대출은 지장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려면, 은행으로서는 소수 특수직 등의 거액 신용대출 한도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 금리 인상 자체가 대출 수요 감소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이익을 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공급인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려면 가격인 금리를 높일 수  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고 피력했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자금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분석했다./연합뉴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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