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아시아나항공 리베이트 계약 의혹 제기할 듯
산은 패소 가능성 낮아…“HDC, 한화-대우조선해양 사례보다 실사 충실”
아시아나항공 제공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아시아나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HDC현산이 채권단인 산업은행을 상대로 계약금 환급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사례처럼 HDC가 계약금 전체를 돌려받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럼에도 HDC는 ‘허락되지 않은 가치 유출’ 등을 내세워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1일 일방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해제를 통지해 온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HDC는 이번 M&A 계약금으로 산업은행에 지급한 2500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DC은 소송전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매출 급락 이외에 ‘허락되지 않은 가치 유출’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엔진 도입 리베이트 의혹 등을 제기할 전망이다.

HDC는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이 그해 예비 엔진을 대거 도입한 것과 관련해 리스 계약 내용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 예비엔진 11개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30여개의 예비엔진을 보유하게 됐다.

항공사는 새로운 기종을 도입할 때 일반적으로 엔진 별로 10% 안팎의 예비엔진을 마련해놓 게 관행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2월 현재 86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었고, 2018년 에어버스 A321네오(NEO)와 A350 등 5대를 신규 도입했다. 예비 엔진은 1개 정도만 확보하는 것이 관행에 맞는 일이다.

하지만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재무 압박에 시달리는 상태였다. 항공기 엔진은 개당 300억원이 넘는 고가다. 따라서 당시 항공업계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의 엔진 대량 구매에 의문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당시 항공사들의 항공기에 잔고장이 많아 국토부에서 예비 부품을 넉넉히 확보하라는 권고가 있었다”며 “구입한 엔진도 계약금을 걸고 사용할 때마다 비용을 지불해 실제 손실과는 관련이 없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다”라고 설명했다.

HDC는 아시아나항공이 엔진 도입을 위해 리베이트 등 이면계약이 있었을 것이란 의구심에 계약 해제 등을 대비해 미리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이면계약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계약금 반환 소송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연합뉴스

하지만 그간의 판례를 미루어보아 HDC가 계약금 전부를 받아낼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산은과 한화케미칼은 2008년 산은 등 채권단이 관리하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2009년 6월 서브프라임 사태 등으로 계약이 해제됐다. 이 과정에서 산은은 약속대로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았지만 한화케미칼은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산은은 2018년 파기환송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로 계약금 3150억원 중 1260억여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했다.

HDC는 이를 참고해 금호·아시아나 측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계약금을 일부라도 돌려받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HDC는 한화케미칼과 달리 7주 동안 실사단을 파견해 실사를 진행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필요한 자료는 모두 성실히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실사를 방해하는 등 한화케미칼에 억울한 측면이 많았다”며 “하지만 HDC현산은 충분한 실사도 진행했고, 산업은행에서 인수 조건을 완화하며 담판을 제시한 점도 있어 소송에서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