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이초희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데뷔한 이초희는 이후 영화 '전국노래자랑' '신촌좀비만화', 드라마 '꽃할배 수사대' '하녀들' '후아유:학교 2015' 등에 출연해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하지만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었다. 그랬던 이초희가 KBS2 '한 번 다녀왔습니다'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극 중 이초희는 따뜻한 심성을 가진 송가(家)네 막내딸인 송다희로 분하며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소심하지만 사랑스러운 매력을 한껏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초희는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 가장 뜻깊은 작품이 될 것 같다. 이 작품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대장정이어서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 있기는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많은 걸 채웠다. 배움을 과식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 100회라는 대장정이 끝났다.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한 제작진분들, 함께 연기한 모든 배우에게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우리 작품을 통해 위로를 받고 행복했다는 시청자분들께도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또 내가 다희일 수 있어서 행복했고 감사했던 것 같다. 다희를 조금 더 다희답게 잘 표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다희가 앞으로도 꼭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한다."

- 주말극은 호흡이 긴 편인데 출연이 고민되지 않았나.

"주말극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작가님과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다. 대본도 재미있어서 안 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었다. 그 때는 그 누구도 캐스팅이 안 된 상태였는데 캐스팅 라인업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바로 하겠다고 했다."

- 특히 주말극을 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나.

"작년에 엄마가 건강상의 이유로 병원에 있었다. 그런데 그때 병원에서 저녁 7시부터 모든 병실과 대기실 TV가 7번으로 대동 단결되는 모습을 봤다. 엄마도 정말 몰입해서 보더라. 그래서 주말극 하고 싶다고 기도했다. 그러던 중에 작가님과 감독님한테 연락을 받고 출연하기로 했는데 혹시라도 잘 안돼서 실망하게 될까 봐 촬영 시작 전까지 엄마, 아빠한테 말도 안 했다. 지금은 엄마, 아빠 두 분 다 정말 좋아하신다."

- 기대가 높았던 만큼 부담도 됐을 것 같은데 연기하면서 어떤 점에 중점을 뒀나.

"어떤 부분에 딱히 중점을 두려고 하지는 않았다. 어떤 모습으로 비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하지 않고 대본에 있는 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순하고 배려심 깊은 모습이면 그런 모습대로, 강단 있고 뚝심 있는 모습이면 그렇게 연기했다."

- 그럼 송다희와 실제 이초희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

"한 60% 정도 되는 것 같다. 비슷한 면도 있고 전혀 다른 면도 있는데 비슷한 점은 주관이 뚜렷하다는 거다. 맞는 거라고 생각하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성격이다. 그런데 다희처럼 항상 나보다 남을 먼저 챙기지는 못한다. 남을 잘 챙기려고 노력은 하지만 다희처럼은 못한다."

- 다희는 4남매 중 막내로 가장 소심한 캐릭터이기도 했는데 공감하기 어렵지는 않았나.

"다희를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대본을 볼 때 '아이고 다희야'라는 말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 연기하면서도 다희가 안쓰럽고 측은해서 안아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100% 공감하지 못해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어서 더 그랬다. 다희가 항상 자신을 먼저 챙기지 못하는 것 때문에 완벽하게 공감하지 못했지만 다희를 충분히 이해했고 보듬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다희가 퇴사한 후 편입을 결심하게 되는 장면에서 재석이가 'Just be myself'라고 말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다희가 성장하는 모든 흐름에 작은 불씨가 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낯선 사람의 한 마디가 큰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다희가 파혼 후 울고 있을 때 아빠(천호진)가 위로해준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온 가족이 다희에게 파혼 이유를 듣고  싶어 하거나 다시 잘해보라고 말할 때였는데 아빠는 이유를 묻지 않고 '네가 이유 없이 그러지 않을 거야. 아빠는 너를 응원한다'는 말을 해줬는데 가장 이상적인 아버지상이라고 생각했다."

- 길었던 만큼 의미도 클 것 같다.

"제 필모그래피 중에 어느 하나 제대로 꼽지 못했는데 이번 작품은 정말 의미가 남다르다. 긴 호흡으로 촬영하면서 코로나에 장마, 태풍, 폭우까지 겹쳐서 날씨가 참 다사다난했다. 장마가 길어지면서 야외 촬영을 하지 못해 울산까지 가서 찍기도 하고. 촬영 환경이 좋지는 않았지만 사고 한번 없이 무탈하게 촬영을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연기를 정말 잘하는 선생님들과 경력 많은 언니 오빠들, 이상이에게도 배울 점들이 정말 많았던 것 같다."

-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 같은데.

"당분간은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항상 촬영을 3~4개월만 하다가 이번에 3년을 쉬고 다시 일해보니 체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요즘은 미니시리즈도 기본 6개월 이상 촬영을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휴식을 취하면서 체력을 기르기 위한 운동을 할 예정이다. 재충전도 하고."

- 앞으로 대중들에게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

"연기 잘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 일을 잘한다는 칭찬이 최고의 칭찬인 것 같다."

사진=굳피플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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