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오태곤. /OSEN

[한국스포츠경제=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지난해와 올해 총 5차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지난 시즌 중 내야수 정현(26), 외야수 오준혁(28)을 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KT 위즈와 트레이드로 베테랑 윤석민(35)을 영입했다. 시즌 중반엔 두산 베어스에서 포수 이흥련(31)과 외야수 김경호(25)를 데려왔다. 또, 한화 이글스와 트레이드로 투수 이태양(30)을 영입한 데 이어 KT에서 뛰던 오태곤(29)에게 SK 유니폼을 입혔다.

SK는 전통적으로 트레이드에 적극적인 팀이다. FA(자유계약선수) 영입보단 트레이드로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익숙하다. 매년 트레이드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팀이다.

그러나 SK는 최근 2년간 트레이드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적 직후 깜짝 활약을 펼친 이흥련 정도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선수가 없다. 내보낸 선수는 펄펄 나는데 데려온 선수는 성적이 영 시원치 않자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현재까지 SK의 트레이드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그런데 최근 SK의 트레이드 손익 계산서에 변화가 생겼다. 가장 최근에 영입한 오태곤이 트레이드 성공작이 될 조짐을 보인다. 오태곤은 지난달 13일 이홍구(30)와 1대1 맞트레이드로 SK로 이적했다. 2011년 2차 3라운드로 롯데 자이언츠에 지명되며 프로에 데뷔한 그는 경찰 야구단에서 복무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2015년 122경기를 소화하며 주전으로 발돋움했고, 장타력과 스피드를 갖춘 호타준족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KT로 이적한 뒤에는 미완의 대기에 머물렀다. 2017~2019년 3년간 평균 350타석 이상의 기회를 얻었지만 좀처럼 성장하지 못했다. OPS는 0.757, 0.731, 0.668로 점점 떨어졌다. 올해도 KT의 주전 1루수 후보로 기대를 모았으나 배정대(25)가 중견수로 자리 잡고, 강백호(21)가 1루수로 포지션을 옮기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그는 트레이드 직후인 14일부터 SK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출전했다. SK로 이적하기 전까지 올 시즌 타율 0.220 OPS 0.571에 그쳤으나 유니폼을 갈아 입은 뒤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달 14일부터 15일까지 타율 0.351 3홈런 14타점 13득점 6도루 장타율 0.558, OPS 0.949로 빼어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 기간 타율은 리그 9위이자 팀 내 1위다. 장타율은 전체 10위, 도루는 공동 3위다.

오태곤. /OSEN

SK는 오태곤 영입 당시 내·외야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고 장타력과 빠른 주력을 겸비해 활용 폭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오태곤은 수비에서 좌익수, 우익수, 1루수를 오가며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고, 활발한 플레이로 침체된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박경완(48) SK 감독대행은 “우리 팀 타자 중 타격감이 가장 좋다. 멀티 플레이어로 다양한 수비를 소화할 수 있고 빠른 발도 갖고 있어 쓰임새가 많다”고 높게 평가했다.

올 시즌 주로 외야수로 나서고 있는 오태곤은 지난 6일 잠실 두산전에서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던 지난 2016년 4월 8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무려 1612일 만에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박경완 대행은 오태곤 영입 당시 "유격수도 본 적이 있다고 하는데, 확인해 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SK의 약점은 몇 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는 키스톤 콤비다. 남은 시즌 오태곤 유격수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다.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오태곤이 내년 유격수로 자리 잡는다면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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