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회사채 발행으로 부채 증가…현재로는 추가 투자 부담
증권가 “현재로선 배터리 사업 확대·투자 위한 최선”
LG화학 본사.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소문만 무성했던 LG화학이 전지사업부문 분할이 현실화됐다. 전지사업부문에 대한 원활한 투자재원 확보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간 LG화학 전지사업부문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해온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분할은 필요했다는 게 LG화학의 입장이다.

LG화학은 이날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고 전지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을 승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결정으로 LG화학은 신설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 지분을 100% 소유해 자회사로 거느린다. LG에너지솔루션은 10월 30일 개최되는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친 뒤 12월 1일 공식 출범한다.

LG화학은 전지사업부문의 지분을 모두 보유하는 만큼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고, 향후 상장이나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고 기대한다.

LG화학은 이번 회사분할에 대해 “배터리 산업의 급속한 성장 및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구조적 이익 창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현재 시점이 회사분할의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핵심사업으로 급부상한 전지사업부문의 물적 분할로 따로 상장할 경우 LG화학의 주가가 크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주가도 이틀 연속 하락세다. LG화학은 지난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37% 감소한 68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루가 지난 오늘도 오전 11시 53분 현재 전일 대비4.95% 하락한 65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로 인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LG화학의 물적 분할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LG화학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미래성이 있는 배터리 분야는 분사를 해버리고 저희에게 의견을 묻지도 않는다면 저희 같은 개인 투자자는 저희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저희 투자금까지 모든 것을 손해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개인투자자들도 ‘떨어지는 주가는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 ‘개인 투자자는 다 죽으라는 소리냐’ 등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LG화학 제공

하지만 관련업계는 LG화학의 물적 분할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늘어난 부채 비율로 현재 상황에서 추가 투자재원 확보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LG화학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채총계는 20조7338억7900만원으로 부채비율은 116.2%를 기록했다.

2016년 상반기 기준 약 6조3000억원, 2017년 7조1000억원, 2018년 10조3000억원, 2019년 15조5000억원으로 꾸준히 상승했고, 마침내 자본총계를 뛰어넘었다.

LG화학 관계자는 “꾸준히 상승한 부채비율은 석유화학, 전지사업 등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꾸준히 회사채를 발행한 게 주요 배경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업까지 묶여 있는 현재 체제로는 급성장하는 배터리 시장에서 꾸준한 선두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판단이 물적 분할의 주요 배경인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선 석유화학업계 등의 침체기로 발목이 묶이는 대신 전지사업부문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물적 분할 이후 전지사업부 상장 등 유동화를 통한 투자재원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며 “(물적 분할 시)전지사업부문이 경쟁기업대비 적정 밸류에이션을 받아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EV용 2차전지 산업은 매 년 40% 이상 성장하는 고성장 단계에 진입했다”며 “산업 성장 속도에 보조를 맞추고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3조원 이상 투자해야 하는 자본 집약적 산업이라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물적분할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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