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DB손해보험 여성 임원 全無...KB손해보험 1명·현대해상 3명
'女 임원 비율' 외국계 보험사 30%↑...국내 5% 미만
사회 전반적으로 유리천장이 얇아지면서 외국계 보험사에서는 역대 두 번째 여성 CEO를 배출하고 여성 임원 비율도 30%를 넘어서고 있지만, 국내 보험사는 CEO는커녕 여성 임원 비율조차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사회 전반적으로 유리천장이 깨져가는 상황에서 국내 보험업계에서도 역대 두번째 여성 CEO가 탄생했다. 여성 임원 비율도 20% 이상으로 여풍(女風)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이는 외국계 보험사에 국한된 이야기다.

국내 보험사는 여성 CEO는커녕, 임원 비율조차 5%를 채 넘기지 못하고 있다. 고위직 임직원이 늘어나고 있는 외국계 보험사와 달리 국내 보험사 금녀의 벽은 여전하다. 국내 보험업계의 여성 임원 현황은 말 그대로 '풍요 속의 빈곤'으로 표현할 수 있다.

외국계 보험사, 역대 2번째 女 CEO 배출…女 임원 비율도 30% 넘어

17일 라이나생명에 따르면 홍봉성 라이나생명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를 끝으로 대표직에서 퇴임하고, 차기 사장으로 조지은 부사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홍 사장은 사내메일을 통해 "조 부사장은 그간 뛰어난 업무수행 능력 및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성실함을 인정받아 왔고, 회사내 여러 요직을 두루 맡아오며 경영능력을 쌓아왔다"라며 "원활한 인계를 위해 오는 10월 1일자로 조지은 부사장이 경영전반을 리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사장으로 유력한 조 부사장은 1975년생으로 COO(최고운영책임자)를 거쳐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다음 달부터는 사장 업무 인수인계를 시작으로 경영 전반을 이끌게 됐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현재 사장으로 내정된 상황이며 연말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면서 "다음 달부터 인수인계를 시작으로 사장업무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9년 만에 국내 보험업계 두번째 여성 CEO가 탄생하게 됐다. 앞서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2011년 4월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손병옥 전 부사장을 선임했다. 손 전 사장은 약 4년간 경영 일선에서 활동한 뒤 2015년 3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보험업계에서 두번째 여성 CEO가 배출되면서 유리천장 역시 서서히 얇아지고 있다. 특히 외국계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도 30%를 넘어서고 있다.  

라이나생명은 9명(총 임원 29명)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여성 임원을 보유하고 있다. 여성 임원 비중은 31%를 넘어섰다. AXA손해보험의 여성 임원 비중은 33%(9명 중 3명)로 업계 최고치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임원 23명 중 30% 수준인 7명을 여성으로 배치했다. 이 회사는 2022년까지 임원 비율 30% 이상 유지, 팀장 및 부장급 여성 비율도 30% 수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AIA생명은 임원 32명 가운데 25%인 8명의 여성이 임원 타이틀을 달고 있다. 

보험업계 임원 현황. /출처 각 사 및 전자공시시스템

국내 대형 보험사, CEO 커녕 女 임원 비율도 5% 못 미쳐…"조직문화 탓"

반면 국내 보험사는 여성 CEO 배출은커녕 여성 임원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보험사 공시 자료를 보면 ▲삼성생명(61명 중 2명·3.3%) ▲한화생명(69명 중 3명·4.3%) ▲교보생명(41명 중 2명·4.9%) ▲삼성화재(60명 중 5명·8.3%) ▲현대해상(52명 중 3명·5.8%) ▲DB손해보험(57명 중 0명·0%) ▲KB손해보험(42명 중 1명·2.4%) 등 6개 대형 생명·손해보험사 임원수는 총 382명이며 여성은 4.2% 수준인 16명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보험사의 여성임원 비율이 낮은 이유를 '조직문화'로 꼽히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는 직급과 관계없이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분위기와 능력 위주의 승진 시스템 등 수평적 조직문화가 정착한 반면, 국내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육아휴직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에 대한 처우 역시 다르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기업문화 차이가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밝힌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국내사는 남성 선호가 뚜렷하며 여직원은 육아휴직 등 경력에 공백이 생기면 승진에 뒤처지게 되는 것도 현실인데, 그렇다고 임원 승진 가능성이 큰 여성 경력자 비율이 높은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수평적 조직문화가 자리잡다보니 채용이나 진급에도 능력 위주의 평가가 수월해 임원 승진에 대한 기회가 균등하다"면서 "회사 정책상 경력 단절로 인한 불이익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인력풀 역시 국내 보험사의 여성임원 비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비상장사로 남녀 직원 비율이 공개되지 않은 KB손해보험을 제외한 6개 대형 보험사의 여직원 비율은 약 46%(총:2만6744명·여직원:1만2336명)로 남직원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지만, 선호 및 담당 업무가 직원 평가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국내 보험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자리한 국내 보험사의 여성 임원 비율이 낮은 건 사실"이라며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국내 보험사에도 부서장급 여성 직원이 늘어나고 있어 향후 임원 비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보험사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 임원이 전무한 DB손해보험 관계자는 "특별히 여성을 임원에서 배제한 것은 아니"라며 "영업 업무가 많은 업종 특성상 여성 인력풀이 작았을 뿐 능력이 있는 여직원이라면 얼마든지 승진의 기회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출산, 육아 등 사회적 환경과 더불어 업무 성향과 능력도 작용했을 것"이라며 "일반화할 수 없지만, 여성 직원이 남성 직원과 비교해 비교적 부담이 덜한 업무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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