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카드납부 확대로 사업비 증가하면 보험료 인상 불가피"
생명보험업계의 2분기 평균 카드결제 수입보험료가 4%대를 기록했다./생명보험협회 공시자료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소비자 요구에 따라 보험사가 의무적으로 신용카드를 통해 보험료를 결제하게 만드는 법안이 발의되며 관련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생명보험협회 공시를 살펴보면 삼성·신한·AIA·흥국·KB·DGB·푸본현대·미래에셋·KDB·DB·동양·메트라이프·하나·BNP파리바카디프·라이나·NH농협생명 등 18개사의 2분기 전체 수입보험료 16조1225억원 중 카드결제 수입보험료는 7176억원으로, 전체 대비 4.5%를 차지했다.

생명보험사 중 전체 수입보험료 대비 카드결제 수입보험료가 가장 높은 곳은 라이나생명(36.9%)으로 집계됐다. AIA생명(15.8%)과 신한생명(13.9%)도 10%대 이상을 보였다. 같은 기간 업계 평균치가 4%대라는 것을 봤을 때 이는 고객 편의 서비스를 위해 그만큼 수수료 부담을 감안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밖의 대부분 생명보험사는 5%대 미만의 비율을 보였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등은 신용카드를 통한 보험료 납입을 받지 않는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 등 18개사의 카드결제를 통한 보장성상품 수입보험료는 6668억원으로, 전체 수입보험료 7조4083억원 대비 9.0%를 차지했다. 카드결제를 통한 저축성상품 수입보험료는 324억원(전체 대비 0.5%), 변액상품은 183억원(0.7%) 등을 차지했다.

손해보험업계의 경우, 삼성·KB·롯데·메리츠·한화·MG·흥국·현대·DB·AXA·하나·AIG·에이스·BNP파리바카디프·NH농협손해보험 등 15개사의 2분기 전체 수입보험료 19조5348억원 중 카드결제 수입보험료는 5조6315억원으로, 전체 대비 28.8%를 차지했다.

손해보험사 중 전체 수입보험료 대비 카드결제 수입보험료가 가장 높은 곳은 AXA손해보험(79.9%)으로 집계됐다. 에이스손해보험(67.5%)과 하나손해보험(60.7%), AIG손해보험(42.8%)도 업계 평균 대비 높은 비율을 보였다.

삼성화재 등 15개사의 카드결제를 통한 장기보장성상품 수입보험료는 1조7138억원으로, 전체 수입보험료 13조1905억원 대비 13%를 차지했다. 이밖에 카드결제를 통한 장기저축성상품 수입보험료는 733억원(전체 대비 5.2%), 자동차보험상품은 3조8445억원(77.8%) 등을 차지했다.

손해보험업계에 비해 생명보험업계의 카드결제 수입보험료 비율이 낮은 이유는 장기상품과 단기상품에 따른 수수료 부담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자산운용수익률이 낮은 상황에서 카드 수수료가 2% 이상인데, 카드납부가 주는 부담은 현실적으로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가 신용카드 결제를 원하면 보험사가 반드시 받아들이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 소셜미디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보험사가 신용카드, 직불카드, 선불카드 결제로 보험료를 납부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최근 신용카드 이용의 보편화로 보험상품에 대한 카드결제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보험회사들은 카드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보험료의 신용카드 납부를 축소하거나 보장성 보험 등 특정 보험상품에만 카드 납부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보험사의 신용카드 납부 제한은 저금리 기조로 자산운용수익이 저조한 데 기인한다"며 "그러나 소비자의 권익을 제한하고, 신용카드 이용자를 차별하는 행위라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 등은 "선불카드에 의한 보험료 결제를 이유로 보험계약자를 불리하게 대우하는 보험사에 대해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둬 소비자의 지불결제 편의를 제고하고자 한다"며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카드결제 비중이 현재 생명보험 업계는 4%대, 손해보험업계는 28%대 가량 된다"며 "실제 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보험료를 납부하는 고객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카드 수수료를 정부에서 지급해주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금융상품은 원금을 토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 편의 차원에서 카드결제를 지원하는 것이지 의무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금과 증권 거래를 이용할 때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는 게 아닌 현금으로 진행한다"며 "저축성 보험은 말 그대로 돈을 저축하는 상품인데, 이를 신용카드로 납부하게 만드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카드를 통한 보험료 납부가 확대되면 사업비 증가로 이어져 결국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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