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놓고 범의약계-한의계 공방 계속
17일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 주최 ‘첩약급여 논란’ 대안 제시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범의약계 비대위 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범의약계가 정부가 10월부터 추진할 예정인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한 과학화를 촉구한 가운데,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가 이에 대한 공청회(공개토론) 개최와 발전방안 모색을 17일 제안했다.

한의협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2만5000 한의사 일동은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의 성공을 위한 양의약계의 10개 사안 발표와 관련 공청회 개최 제의를 환영한다”며 “보건의약계를 포함한 모두의 중지를 모아 발전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 한의협 “공청회 개최 및 발전방안 모색할 것”

한의협은 “한약의 현대화와 과학화를 염원하고 있는 양의약계의 입장을 확인한 만큼,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의 성공적인 안착에도 적극 협조해 줄 것을 확신한다”며 “이번 사업을 계기로 한의계와 양의약계가 비하와 폄훼 등 소모적인 상호비방에서 벗어나 오롯이 국민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협력하는 건설적인 관계로 거듭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가 양의사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처럼 첩약 또한 한의사만의 일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는 양의약계의 깊은 관심에 감사하다”며 “향후 양의계의 각종 건강보험 급여화 정책에도 반드시 대한한의사협회가 참여해 의료전문가로서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했다.

이어 “과거 한의대 유급·제적의 아픔을 겪어본 한의계는 양의계가 똑같은 아픔을 겪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비록 국시 거부를 통해 국민적 비난을 받고 있긴 하지만 정부는 재응시의 기회를, 의대생들은 재응시 신청을 적극적으로 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사 정원 확대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논의의 장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한의약 발전 정책토론회. /연합뉴스

◆ 범대위 “안정성·유효성 검증 촉구”

앞서 대한민국의학한림원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약학회로 구성된'첩약 과학화 촉구 범 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범대위)'는 이날 의협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0월로 예정된 첩약급여 시범사업 방안이 공개되지 않는 현실에서 국민 안전이 최우선돼야 한다는 대명제 하에 시범사업 개선 방안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국민 안전을 위해 첩약에 대한 안전성·경제성·효과성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첩약에 대한 평가 방법과 기준을 우선 마련하고, 첩약 복용에 따른 이상 반응 기준과 한약과 양약의 중복 복용에 따른 상호 작용 및 이상 반응, 첩약 장기 보전으로 인한 약효·독성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첩약 급여화로 인한 수요 증가가 한약제제 시장에 미칠 영향, 한약제제의 활성화와 급여 확대를 위한 기술적·정책적 방안, 조제·탕전료 수가 적정성 등 첩약과 한약제제의 경제성 평가와 함께 시범사업 모델을 임상 시험으로 설계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효과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범대위는 ▲첩약 용량 대비 효과성, 안정성 입증 ▲한약재 약사법 아닌 식약처 고시 관리 법체계 정비 ▲원외 탕전실 설치 목적따라 불법 ‘제조’ 행위 금지 ▲과잉진료 대비 재정 영향 평가 방안 마련 등도 제안했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국제위원장은 “처방 단위에서의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를 위해 사례 연구 모음집에 불과한 한의임상표준진료지침(CPG)을 더 보완하고, 한약제제 처방을 위한 행위 정의와 첩약 시범사업 행위 정의를 비교 연구·평가하는 내용이 시범사업에 포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덧붙여 “조제 단위에서의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탕전기관을 포함한 조제기관의 시설과 공정의 표준화, 인력기준과 질 관리를 통해 조제 및 투약 제형으로서 탕제의 안전성 검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의약계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우려를 표하는 건 직역 다툼이 아닌 국민 건강을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한방치료나 첩약이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도록 발전했으면 한다”며 “그러기 위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대상 질환에 대한 표준 처방이 공개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등으로 인해 의료계가 집단행동을 했고 그 여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예정대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상당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료계 입장에선 정부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의정합의를 준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정부는 의료계와의 합의를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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