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과중한 업무 부담 호소
업계 “분류작업 거부 소수…택배 대란 NO”
택배노동자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택배노동자 분류작업 전면거부 돌입,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허지형 기자] 일부 택배 기사들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과중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배송 물건을 분류하는 작업을 중단하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물류업계에서는 “추석 배송 대란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추석 앞두고 택배 분류작업 거부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7일 서울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4천여 명의 택배 기사들이 오는 21일 택배 분류작업 거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하루 13∼16시간 노동의 절반을 분류작업에 매달리면서도 단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한다. 분류작업은 택배 노동자들이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해야만 하는 장시간 노동”이라고 호소했다.

앞서 14∼16일 택배 기사들을 대상으로 분류작업 전면 거부를 위한 총투표를 진행한 가운데 투표에는 민주노총 택배연대노조 조합원을 포함한 4천358명이 참가해 4천160명(95.5%)이 찬성했다. 이어 투표 참가자 가운데 500여 명은 조합원이 아니라며 "그만큼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분류작업 인력 투입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택배 기사가 업무 시간의 거의 절반을 분류작업에 쓰는데도 배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사실상 분류작업에 대해서는 보상을 못 받는다고 주장해왔고,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분류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한시적으로 충원할 것을 택배 업계에 권고했다.

주요 택배사에 속한 택배 기사만 4만여 명에 달해 분류작업 거부에 찬성한 택배 기사는 소수로 볼 수 있으나 분류작업을 거부하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일부 지역의 택배 배송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배송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과로로 인해 쓰러지는 택배 노동자는 없어야 한다”며 택배 노동자의 심정을 헤아려달라고 호소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오는 21일 택배 분류작업 거부 돌입 의사를 밝힌 1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물품을 분류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인간답게 살고 싶다"

최근 익사의 택배 기사들이 공개한 ‘배송 지연 사과’ 문자가 온라인에서 떠들썩했다. 익산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일동이 올린 사과문에는 “코로나19 이후 올해 택배 노동자 9명이 과도한 노동 시간으로 인해 사망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택배 현장의 냉방시설조차 없이 40도에 육박하는 작업 현장에서 5~6시간 동안 서서 끝없이 밀려드는 택배물을 분류하는 게 현실”이라며 “현장 곳곳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일하다 언제 죽을지도 모를 두려움을 안고 새벽에 잠이 덜 깬 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근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 회사 측에 우리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당분간 배송지연이 심각하게 될 거라 예상된다. 불편을 끼쳐 드린 점 송구하옵고 더 나은 환경에서 웃으면서 택배물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며 택배 작업 현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전국택배노동조합 호남지부 익산지회가 파업에 들어간 데 이어 이번 달에는 광주지회가 화물 분류작업을 거부하기도 결정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을 위한 ‘택배 차량 추모 행진’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택배 기사들의 분류작업 거부가 현실화할 경우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집배원들이 반발하고 나서 노·노 갈등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우정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가장 바쁜 명절 시기에 택배노조가 파업하면 미처리 물량이 모두 집배원에게 전가돼 노동 강도가 가중될 것이고 이는 집배원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우정노조는 "택배노조의 파업 여파가 집배원에게 전가되는 무책임한 행태를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으며 더욱이 희생을 강요할 경우에 대한 응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지형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