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검. /OSEN

[한국스포츠경제=이정인 기자]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전인 페넌트레이스에서 선발투수가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 그만큼 불펜투수들의 힘을 비축할 수 있어 마운드 운용에 숨통이 트인다. 감독들이 이른바 이닝을 많이 먹어주는 ‘이닝 이터’ 선발투수를 선호하는 이유다.

키움 히어로즈는 최근 3경기 동안 불펜진의 출혈이 심했다. 13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6명, 15일과 16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각각 6명과 9명의 투수를 쏟아 부었다. 12일 두산전과 15일 롯데전에선 선발 투수가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강판됐고, 16일 롯데전에선 구원 투수들이 줄줄이 난타를 당하면서 많은 투수를 동원해야 했다.

17일 고척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한 제이크 브리검은 지친 키움 불펜에 단비를 내렸다. 브리검은 이날 7이닝 동안 탈삼진 9개를 곁들여 3피안타 1볼넷 2실점(2자책)으로 호투하며 팀의 5-2 승리를 견인했다. 7이닝을 던진 것은 올해 3번째이며 탈삼진 9개는 올 시즌 최다다. 상대 타선을 잠재워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긴 이닝을 던져 불펜 소모까지 막는 이상적인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지난 5일 KT 위즈전에서 4⅓이닝 7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4볼넷 6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LG 트윈스전 5이닝 5피안타 8탈삼진 1볼넷 2실점 호투에 이어 이날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3자책점 이하 투구)를 올리며 부활했다.

브리검은 최고 시속 147km에 이르는 포심 패스트볼(28개)과 슬라이더(20개), 커브(21개), 체인지업(6개), 투심(25개)을 적절히 섞어 한화 타선을 제압했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65%에 달할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를 했다.

1회 2사후 하주석에게 내야안타를 내줬으나 브랜든 반즈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2회를 삼자범퇴로 틀어 막은 브리검은 3회엔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끝냈다.

잘 던지던 브리검은 1-0으로 앞선 4회 흔들렸다. 선두타자 노수광에게 안타를 맞은 뒤 하주석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다. 이어 반즈에게 안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이성열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으나 제구 난조를 보이며 노시환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후속타자 강경학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두 번째 실점을 했다.

키움 타선은 4회말 4점을 뽑아내며 브리검에게 5-2 리드를 안겼다. 어깨가 가벼워진 브리검은 5회부터 7회까지 연달아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브리검(오른쪽). /OSEN

브리검이 7회까지 버텨준 덕분에 키움은 8회 안우진, 9회 조상우로 깔끔하게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손혁 감독은 “브리검이 공격적인 투구로 팀 분위기를 이끌어줬다. 선두타자와의 승부를 잘해줬다. 7이닝을 책임져줘서 불펜 투수들을 아낄 수 있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기 뒤 만난 브리검은 “부상에서 돌아온 뒤 가장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계획대로 경기가 잘 풀렸다. 포수 이지영이 잘 리드해줬다. 제구가 위아래로 잘 이뤄지면서 삼진 많이 잡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 팀은 리그에서 가장 잘하는 두 팀 중 한 팀이다. 압박감을 느끼기보단 우승을 목표로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고척=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