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사극 액션 영화 ‘검객’은 주인공 장혁이 처음으로 도전한 검술 액션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첫 장면부터 화려한 액션신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검객’은 광해군(장현성)을 지키다 시력을 잃은 조선 최고의 검객 태율(장혁)이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다시 칼을 들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극이다.

광해군 폐위 후 조선은 명과 청 사이에 껴 어려움을 겪는다. 명을 받들며 사는 조선에 청나라 황족 구루타이(조 타슬림)는 무리한 요구를 해대며 옥죄어오기 시작한다. 조선의 여인들은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공녀로 끌려가고 아내와 딸을 구하려하는 남자들은 무참히 죽음을 당한다. 태율의 딸인 태옥(김현수) 역시 아버지의 눈을 낫게 해줄 수 있다는 말에 객주 화선(이나경)을 따라갔다가 구루타이의 수하들에게 납치되고 만다.

태율은 태옥을 찾기 위해 검을 다시 든다. 조선 최고의 검객인만큼 시력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적들을 물리친다. 하지만 본격적인 태율의 ‘폭주’까지 가는데 꽤 긴 시간이 할애된다. 태율의 복수보다는 황족 구루타이와 수하들의 잔혹함을 묘사하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구루타이와 수하들은 여느 영화에서 그려진 강국의 ‘약탈족’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구루타이는 묵직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표현됐으며 수하들은 그저 약탈만을 일삼는 비열한 악역으로 그려진다. 영화는 구루타이의 잔인한 면모와 검에 대한 욕망을 그리며 ‘검에 미친 자’로 표현한다.

영화 '검객' 리뷰.

한국판 ‘테이큰’으로 불렸지만 이 영화의 스피드는 그에 못 미친다. 영화 후반부가 돼서야 태율의 폭주가 시작된다. 인물들의 소개 과정이 쓸데없이 길어진 탓이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100여 분 정도로 짧은 편임에도 길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러나 정작 태율의 서사나 소개는 거의 없다. 태율에 대한 정보는 조각난 퍼즐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관객들이 알아서 맞춰야 한다.

영화의 줄거리 역시 특별함을 찾기는 어렵다. 메가폰을 잡은 최재훈 감독은 ‘검객’이 ‘심청전’과 기본적인 뼈대는 같다고 설명했다. 또 장혁은 ‘검객’을 ‘레옹’에 비유하며 “레옹이 험악하고 냉정한 킬러들의 세계에서 누구도 옆에 오지 못하게 하다가 지킬 사람이 생긴다. 누군가에 대한 사랑이 저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라고 했다. 이처럼 영화의 구성 자체가 어디서 본 듯한 내용이다 보니 신선함을 찾기는 어렵다.

그 와중에도 장혁의 액션 연기는 빛을 발한다. 다수의 액션 장르에서 특화된 연기를 펼친 그는 처음 도전하는 검술 액션에서도 기량을 보여준다. 청각에 의지해 무자비한 검을 휘두르는 태율 역을 몸에 꼭 맞는 연기로 표현한다. 상대방과 합을 맞춘 정확한 액션과 빠른 스피드로 영화이 지루함을 덜어준다. 특히 어두컴컴한 어둠 속에서 칼을 휘두르는 모습은 그만의 카리스마가 빛나는 장면이다.

장혁의 아역으로 출연한 비투비 이민혁 역시 대사량은 거의 없지만 날 선 액션을 선보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 ‘스타트렉 비욘드’ 등 할리우드 영화에 주로 출연한 조 타슬림 역시 내공 있는 무술 실력을 과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할 것 없는 줄거리에 장르적인 기시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이 영화의 단점이다. 러닝타임 100분. 9월 23일 개봉. 15세 관람가.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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