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환율 변동성에 좌지우지되지 않을 것"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생명보험사의 달러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원·달러환율이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환율 변동폭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외화(달러)보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제로금리가 현실화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보험은 과거 외국계 보험사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졌지만, 수요와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국내 보험사도 속속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환율 변동폭↑…생보사 '달러보험' 진출 가속화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달러당 1160.3원에 마감했다. 지난 1월23일(1167원) 이후 약 8개월 만에 최저치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재확산이 원·달러환율의 하단을 제한하고 있으며  미국 대선 이슈와 함께 1200원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금융과 경제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달러보험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국보험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4대 외국계 보험사(메트라이프, 푸르덴셜, AIA, 오렌지라이프)의 연도별 외화보험 신계약건수는 ▲2015년 3181건 ▲2016년 2224건 ▲2017년 5091건 ▲2018년 5만1413건 ▲2019년 1분기 1만5735건이며 수입 보험료는 ▲2015년 1725억원 ▲2016년 1655억원 ▲2017년 2754억원 ▲2018년 6693억원 ▲2019년 1분기 2292억원 등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달러보험 수요는 꾸준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달러보험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메트라이프의 주력 상품인 유니버셜 달러종신보험(2018년 1월 출시) 계약 건수는 ▲2018년 4만4234건 ▲2019년 5만2250건 ▲올해는 7월까지 3만195건 등이다.

메트라이프 관계자는 "달러보험은 정기, 연금, 저축 등 5개 상품이 있다"면서 "코로나 이후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 영향으로 달러보험 실적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저금리 장기화, 국제정세 불안정, 코로나19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보험의 보장혜택을 외화 안전자산으로 준비할 수 있는 달러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시장 규모 역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품도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메트라이프가 지난달 4일 '100% 만족하는 달러종신보험'을 내놓았고, 지난달 10일에는 신한생명이 7개월 동안 TF를 통해 준비한 '신한달러유니버설종신보험'을 출시했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1일 KB금융그룹 자회사 편입을 기념해 스타플러스 달러보험 신상품 4종을 선보였다.

생명보험사의 달러보험시장 진출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그동안 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 AIA생명 등 달러를 기축통화로 사용해 관련 기반 시스템이 구축됐고, 상대적으로 환전수수료 부담도 덜한 외국계 보험사가 주로 달러보험을 취급했으나 최근에는 국내 보험사도 속속 달러보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올해 1월 DGB생명과 KDB생명을 시작으로 지난 8월에는 신한생명까지 속속 달러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업계 자산운용 규모 1위인 삼성생명 역시 달러보험상품 출시를 검토·계획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고객 수요 대응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외화보험 출시를 위한 전산 시스템 구축 비용, 환율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계 2위 한화생명은 당장 출시 계획은 없지만, 해당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달러보험 시장을 들여다보긴 했으나 출시 목적은 아니었고 단순 검토 차원이었다"며 "현재 관심은 있으나 출시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메트라이프와 신한생명은 지난달 각각 '100% 만족하는 달러종신보험', '신한달러유니버설종신보험' 등 달러보험을 출시했다. /메트라이프, 신한생명 제공

달러보험, 단기간 환차익은 금물…장기간 투자 관점으로 봐야

업계에서는 달러보험은 당장의 환율 변동에 크게 좌지우지되지 않는다고 한다. 보험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이기 때문에 1~2년을 두고 환차익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들 모두 "환차익을 기대하고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는 없을뿐더러 보험사 역시 환차익 관점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경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 여파까지 이어지면서 실물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으로 변동성이 크고 향후 전망도 안정적으로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크지 않다"면서 "이럴수록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달러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전자산이라는 기대뿐 아니라 달러보험의 장점은 은행 예금과 비교해 높은 금리다. 일반적으로 시중은행 달러 정기예금 금리는 0%대로 사실상 '제로금리'이며 일반 예금 금리 역시 우대금리를 적용해도 1% 중반에 그친다. 반면, 달러저축성보험 금리는 3%를 넘어선다. 수수료가 추가로 발생하지만, 10년 이상의 장기상품에는 비과세가 적용돼 세금이 부과되는 은행 예금 상품과 비교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달러보험 상품은 기존 달러 예금·저축보다 수익률이 높고, 장기적으로 비과세 혜택까지 챙길 수 있어 환율 변동성에 좌지우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금 자산가에게는 '자산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달러보험은 좋은 투자처다.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은 "국내 경제 불안심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산가들은 일정 부분을 외화로 분산 투자하려는 심리가 강해졌다"며 "일반적으로 달러 상품은 원화 보다 수익률이 좋다"고 말했다. 

비과세 혜택 못지 않게 증여세 혜택도 보험 상품의 메리트다. 10년 이상의 장기 보험 상품에서 5000만원 이하의 불입액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상품 수령인을 자녀로 바꾸어도 증여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즉,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증여세 없이 자녀에게 자산을 물려줄 수 있다. 다만, 5000만원이 초과 부분에 대해서는 보험소득에 대한 증여세가 부과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달러가 주는 안정성과 더불어 증여 목적으로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자산가는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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