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나이티드제약 흡입기 공정 사진.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한창인 가운데, 먹지 않고 호흡기로 흡입하는 형태의 약물 임상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폐와 기관지에 직접 전달되는 흡입형이 보급되면 외래나 자택에서 투약하기 쉬워진다. 입원 환자 수를 줄이고 의료비용을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UI030'의 임상 2상 시험 계획을 제출했다고 이날 밝혔다.

◆ 국내 흡입형 치료제 개발 움직임

이 후보물질은 유나이티드제약에서 천식 치료제로 개발해 온 부데소나이드와 아포르모테롤의 복합제(UI030)다. 항바이러스 효과와 면역조절 효과를 동시에 나타내도록 개발됐다.

흡입제 형태여서 환자의 자가 투여가 가능하고, 약물이 폐에 직접 닿는 방식이어서 전신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도 낮을 것으로 회사는 예상했다.

유나이티드제약은 식약처의 승인을 거쳐 임상 1상 없이 바로 임상 2상 시험을 할 예정이다.

유나이티드제약 관계자는 "임상 2상에서 코로나19 환자의 호흡곤란 증상 개선을 입증하고 3상 조건부 허가를 신청하겠다"며 "필리핀 등 해외 임상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코로나19 흡입형 치료제 개발 움직임은 늘어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회사인 신테카바이오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신테카바이오와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6일 코로나19 약물 재창출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다만 아직 MOU 단계인 만큼 본격적인 개발을 위한 추가 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치료제 개발은 신테카바이오가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발굴한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 2종을 한미약품 흡입제제 생산 인프라에 접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먹지 않고 호흡기로 흡입하는 형태의 약물 상업화를 추진한다. 특히 약물이 소화기관을 통해 흡수되지 않고, 폐 깊은 곳에 직접 방출된다는 점에서 강력하고 빠른 효과가 예상된다.

천식치료제로 사용중인 알베스코흡입제(시클레소니드, 아스트라제네카)도 코로나19 환자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지난 3월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알베스코'에 대한 연구자 임상시험이 승인됐다고 밝혔다.

올해 4월부터 내년 4월까지 1년간 18세 이상 경증 코로나19 환자 141명을 대상으로 알베스코의 임상적 유효성을 평가하게 된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연합뉴스

◆ 해외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사도 ‘흡입형’ 주목

다국적 제약사인 길리어드도 현재 코로나19 표준치료제인 '렘데시비르'를 흡입형으로 개발 중이다.

앞서 길리어드는 지난 7월 머다드 파시 최고 의학책임자 명의로 외래 코로나19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흡입용 렘데시비르의 임상시험 개시를 알렸다.

길리어드는 최근 미국에서 렘데시비르 흡입제 임상1b상을 시작, 미국의 건강한 성인 60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의 안전성·내약성·약동학적 특성 등을 평가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길리어드는 렘데시비르 흡입제를 경증 코로나 환자에게 쓸 수 있도록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미국과 한국 등에서 승인된 렘데시비르는 정맥주사제 형태이며, 중증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된다.

길리어드는 약물을 미세한 입자형태로 분사할 경우, 폐와 기관지에 직접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원이 불필요한 초기·경증 환자에게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덴마크 유니온테라퓨틱스는 지난달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중인 '니클로사마이드' 연구를 위해 미국 TFF파마수티컬스와 2400억원이 넘는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수개월 안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기존에 사용 중인 경구용 외에 흡입용 제제도 개발해 코로나19 환자들의 폐에 직접 약을 전달해 약효를 높일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실험실 연구에 따르면 호흡용 약물 입자의 공기 역학적 특성상 폐 깊숙한 곳까지 약물의 75%가 전달될 수 있다.

환자들의 폐에 침입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체내의 다른 기관으로 퍼지기 전에 막을 수 있는 효과도 있다.

데일 크리스텐센 TFF파마수티컬스 임상개발 이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폐에서 혈관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며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는 폐에 먼저 약물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