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코로나 쇼크 여파 여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때보단 많지만 여전히 유동인구가 적은 18일 잠실역-롯데월드몰 사이 광장 풍경. /이상빈 기자

[한스경제=이상빈 기자] 정부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한 지난달 30일 이후 다중이용시설이 밀집한 서울 대형 유통가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오후 9시 이후 문을 닫는 매장이 늘고 식당, 카페 등 일반음식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백화점 이용객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정부는 이달 3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00명대에서 100명대로 내려와 방역 강화 방침이 효과를 보이자 13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결정했다. 본지는 2.5단계에서 2단계로 바뀐 이후 맞는 첫 주말 대형 유통가 풍경이 이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서울 대표 상권 세 곳을 찾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때보단 많지만 여전히 유동인구가 적은 18일 잠실역-롯데월드몰 사이 광장 풍경. /이상빈 기자

◆ 잠실역 상권에 찾아온 작은 변화

서울 부촌 ‘강남 3구’ 중 대형 마트와 백화점 그리고 테마파크 등 다중이용시설이 유독 집중된 송파구 잠실역 상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여파가 두드러진 곳이다. 지난달 30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당시 방문한 잠실역은 한적했다. 잠실역과 롯데백화점 사이 광장을 지나는 사람이 손에 꼽혔다. 롯데마트와 롯데월드몰을 찾는 발길도 끊겼다. 18일 다시 현장을 방문했을 땐 약간의 변화가 느껴졌다. 19일 전 2.5단계 시행 첫날과 비교해 유동인구가 부쩍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이전처럼은 아니지만 지난달 30일 풍경과 사뭇 달랐다. 여전히 오후 9시가 되기도 전 문을 닫은 매장이 눈에 띄었지만 한적하던 잠실역 상권이 어느 정도 활기를 되찾은 분위기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 나이키를 비롯한 일부 매장과 푸드코트인 어반코트 입구엔 QR코드 기계가 비치됐다. 저녁 식사 시간이었지만 어반코트 내 테이블의 절반 이상이 비었다. 이전보다 상황이 나아진 건 확실하나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19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상층 풍경. 방문객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상빈 기자

◆ 낙관하기 어려운 강남 상권

19일 오후 6시쯤 방문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분위기는 지하 1층 식품관과 나머지 상층이 전혀 달랐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완화 덕분인지 식품관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푸트코트인 푸드홀보다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주변 매장에 더 많은 사람이 모였다. 지상으로 올라가자 어수선하던 풍경이 온데간데없다. 매장 직원 숫자와 비슷할 정도로 층마다 쇼핑객이 적다. 식사하거나 식료품을 구매하는 것 외에 지갑을 열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게 어느 정도 확인됐다. 지하철 3ㆍ9호선 고속터미널역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사이를 잇는 구간에도 유동인구는 많지 않았다.

자리를 옮겨 도착한 삼성역 스타필드 코엑스몰 상황은 심각했다. 주말만 되면 사람으로 가득해야 할 곳이 텅 비었다. 식당가는 한산했고 자라, 에이랜드 등 일부 의류 매장을 빼면 사람이 모여든 곳을 찾기 힘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전환으로 매장 내 음식물 섭취가 가능해진 카페엔 빈 테이블이 더 많았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인 ‘별마당 도서관’도 한산하긴 마찬가지. 평소 백화점보다 젊은 사람이 더 많이 찾는 스타필드 코엑스몰 상권은 ‘코로나 쇼크’로부터 여전히 회복하지 못한 모양새다.

텅 빈 19일 스타필드 코엑스몰. /이상빈 기자

◆ ‘거리두기 불감증’은 눈살

이틀 동안 잠실역, 고속터미널역, 삼성역 세 곳에 집중된 대형 유통 상권을 눈으로 확인한 결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완화에 따른 유의미한 변화는 아직 감지하지 못했다. 불안감 때문에 주말과 여가를 집에서 보내는 ‘홈코노미족’ 증가로 대형 유통 상권이 죽는 상황은 예견된 일이다. 취재 도중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도 목격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 식품관 몇몇 인기 매장엔 사람들의 줄이 이어졌다. 하지만 최소 1m 이상 띄어 선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었다. 전부 앞뒤로 밀착해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아울러 좁은 통로에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서로 1m 거리를 유지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사람 사이 거리두기 무색한 19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 식품관. /이상빈 기자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터를 잡은 한 팝업스토어에서도 거리두기를 무시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볼 수 있었다. 팝업스토어 특성상 상품을 비치한 공간이 좁아 사람들의 밀집을 전혀 막지 못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거리두기 불감증’에 걸리기라도 한 듯 밀착해 구경했다. 잠실 석촌호수에 모여든 사람들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실외에서도 거리두기를 강조한 질병관리청의 경고를 무시하고 야외 벤치에 앉은 사람이 많다. 잠실역과 롯데월드몰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석촌호수로 옮겨간 것이다. 사람들의 자발적인 거리두기 부재는 코로나19 종식까지 갈 길이 멀었다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 한다.

18일 오후 석촌호수에 모여든 사람들. /이상빈 기자

이상빈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