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오리온 이대성이 방역 절차를 거치고 있다. /KBL 제공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탕탕탕.

20일 2020 MG새마을금고 KBL 컵대회 개최 장소인 전북 군산 월명체육관. 관중의 함성 소리 대신 농구공 튀는 소리가 체육관에 울려 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무관중으로 막을 올린 이번 대회 초점은 ‘철저한 방역’이었다.

KBL은 지난달 29~30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이벤트 대회인 ‘서머 매치’를 열려 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돼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강화되면서 결국 대회를 취소했다. KBL은 10월 9일 개막할 2020-2021시즌의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지는 이번 컵대회만큼은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는 각오다.

KBL 컵대회는 첫날부터 ‘한국판 버블’을 떠올리게 했다. ‘버블’은 미국프로농구(NBA)가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월트디즈니월드 리조트에서 외부와 접촉을 통제한 채 재개된 것을 가리켜 현지 언론이 붙인 이름이다.

군산 월명체육관 입구에서부터 선수단 분리 등 철저한 방역에 대한 KBL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외부인인 출입 기자는 입구에서 발열체크를 해야 했고 기자석에 자리를 잡은 후에는 코트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동선을 막았다. 최현식 KBL 홍보팀장은 “선수단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최현식 팀장은 현장 취재진에게 일일이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최 팀장은 “기자석에선 취식 행위를 할 수 없다. 기자석 뒤편 통로 한쪽에 취식이 가능한 구역을 마련해뒀다. 선수들과 동선이 겹칠 것을 우려해 사전 인터뷰도 진행하지 않는다. 경기 후 기자회견 장소는 기자석 뒤편 통로에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KBL은 심지어 임시 라커룸까지 추가로 만들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유재학 감독. /KBL 제공

구단 내부에서도 선수단은 철저히 격리시켰다. 선수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대회는 취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한 관계자는 “구단 직원 숙소와 선수단 숙소는 따로 마련돼 있다. 선수단과 동선 분리 문제로 숙소가 따로 배정됐다”고 전했다. 취재진이 머무는 곳도 선수단 숙소와 떨어져 있다.

선수단을 이끄는 감독들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각별히 주의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현대모비스에 99-93으로 승리한 조성원(49) 창원 LG세이커스 신임 감독은 취재진과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하던 도중 내려오는 마스크를 몇 차례나 고쳐 썼다. 유재학(57) 현대모비스 감독은 “경기 중엔 잘 느끼지 못했는데 경기 후가 되니 마스크를 쓴 게 답답하게 느껴지더라”고 웃었다.

이준우 KBL 사무차장은 “군산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가 최근에 1명이 생겼다. 때문에 방역을 더욱 철저히 하고 있다. 앞서 ‘서머 매치’가 취소된 만큼 이번 대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KBL은 올 여름 수해와 태풍으로 피해를 본 사회 이웃들에 대한 지원과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저소득 가정의 아동·청소년 등을 돕고자 성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준우 사무차장은 “매 경기 득점 1점당 1만 원씩을 성금으로 적립해 대회가 끝난 뒤 우승팀 명의로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선수들 사이에서 성금 기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다”라고 언급했다. 철저한 방역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이번 컵대회는 지역 사회 취약계층까지 돕기로 하며 그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군산=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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