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사람은 늙고 죽는다. 언젠가 죽을 목숨이라면 온전한 정신으로 가족들 곁에서 편안하게 눈감는 순간을 소원하기 마련이다. 여기 그 소원을 이뤄주는 ‘죽여주는 여자’가 있다. 남들 눈엔 저승사자로 보일지 몰라도 그들에겐 꽃길을 인도하는 고마운 여자다.

6일 개봉하는 영화 ‘죽여주는 여자’는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죽여주게 잘 하는 여자’ 65세 소영이 사는 게 힘들고 죽고 싶은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도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 윤여정이 주연을 맡아 일명 ‘박카스 할머니’라 불리는 성매매 할머니 소영의 인생을 그렸다.

영화는 꽤 자극적이다. 성매매, 조력살인, 코피아, 트랜스젠더, 장애인, 해외입양 등 쉽게 다루지 못할 소재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온다. 1950년 한국전쟁 때 월남해 가정부, 공장, 미군부대 등 여러 곳을 전전하며 살아온 소영이 결국 돌아갈 곳은 종로 길거리라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윤여정이 “끔찍하다. 내가 보건복지부 장관도 아니고 노인들을 위한 대책도 못 세워준다”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이러한 어두운 사회 이면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지만 영화는 따뜻하다. 소영은 가난하지만 정이 넘친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아들을 해외로 입양 보내고 마음의 짐을 안고 살던 소영은 길거리에서 만난 코피노를 아무 조건 없이 거둬들인다. 또 주변 이웃들의 진짜 속사정을 이해할 줄 아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다. 한 집에 사는 트랜스젠더 티나(안아주)나 장애인 도훈(윤계상)과도 쓸데없는 간섭 없이 있는 서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멋진 유대감을 형성한다.

그래서 소영이 저지르는 살인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한다. 소영에게 죽음을 부탁하는 사람들은 중풍에 걸려 꼼짝 못하는 노인,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치매 노인,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우울함을 느끼는 노인들인데 “죽음보다 현실이 더 두렵고 무서우니 차라리 죽여달라”고 말한다.

누가 감히 이들의 선택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 100세 시대는 한참 전에 도래했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된 노인 복지 대책 하나 없는 이 사회가 야속하게 느껴질 뿐이다. 

사진=영화 ‘죽여주는 여자’ 포스터

황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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