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손흥민, 20일 사우스햄턴전 4골 폭발
케인 4도움, 도우미 맹활약
'월드스타' 베일, 토트넘 합류

 

손흥민이 20일 사우스햄턴과 2020-2021 EPL 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4번째 득점에 성공한 뒤 골 뒤풀이를 펼치고 있다. /토트넘 페이스북

[한스경제=심재희 기자] 축구에서 팀을 평가할 때 '3S'를 기본으로 삼는 전문가들이 꽤 있다. 스피드(speed), 시스템(system), 스태미나(stamina)가 3가지 요소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현대축구에서 새로운 'S'가 더 중요해졌다. 전형과 전술이 다양해지면서 스페이스(space)가 또 다른 S로 떠올랐다. 현대 축구를 '공간 싸움'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새로운 S(스페이스) 때문이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28)이 절정의 기량을 뽐내며 '포트트릭'(4골)을 터뜨렸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진출 후 처음으로 한 경기 4득점의 기쁨을 맛봤다. 과장을 조금 보태 설명하면, 걸리는 족족 넣었다. 답답한 흐름 속에서 토트넘의 해결사가 됐다. 20일(한국 시각) 세인트 메리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0-2021 EPL 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1로 뒤진 전반전 추가시간 득점을 시작으로 후반 2분, 후반 19분, 후반 28분 골을 작렬했다. 사우스햄턴 수비 뒤 공간을 시쳇말로 탈탈 털었다.
 
네 번의 골 장면에 손흥민의 장점이 모두 살아 있다. 우선 빠른 스피드와 침착한 마무리가 돋보인다. 상대 수비수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엄청난 속도로 기회를 잡았고, 사각지대에서 과감한 슈팅으로 첫 골을 만들었다. 마지막 득점은 세기가 빛났다. 페널티박스 안 쪽 빈 공간을 잘 파고들어 오른쪽에서 날아온 크로스를 가슴 트래핑으로 안전하게 잡아놓은 뒤 왼발 하프발리 슈팅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빠르고 날카롭고 세밀하고 정확했다. 오른발-왼발-오른발-왼발 순으로 득점하며 최고의 ‘양발잡이’라는 사실도 증명했다.
 
더 놀라운 것은 탁월한 공간 이해력이다. 앞서 언급한 현대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새로운 S' 스페이스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경기를 지배했다. 왼쪽 측면을 기본으로 중앙으로 빠르게 파고들며 사우스햄턴 수비진을 시종일관 괴롭혔다. 상대 수비 최종 라인 브레이크를 수없이 시도해 찬스를 포착했고, 깔끔한 터치와 간결한 슈팅으로 골 맛을 봤다. 사우스햄턴 수비수들에겐 자신들을 끊임없이 아프게 찔러대는 손흥민이 마치 송곳 같았을 법하다.

손흥민(왼쪽)이 20일 사우스햄턴과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도움을 준 케인과 기뻐하고 있다. /토트넘 페이스북

손흥민이 4골을 몰아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인물은 다름 아닌 '토트넘의 심장' 해리 케인(27)이다. 케인은 이날 원톱으로 출격해 손흥민과 토트넘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전 막판까지는 답답한 흐름에 갇혔다. 토트넘 공격이 사우스햄턴 수비라인보다 조금씩 앞서며 오프사이드 트랩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답답한 진행 속에서 케인과 손흥민이 스위칭 플레이로 활로를 뚫었다. 최전방 공격수 케인이 뒤로 더 처져 키패스를 뿌려주고, 손흥민이 가공할 만한 스피드로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해 골 폭풍을 몰아쳤다. 단순한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조합으로 승부를 단숨에 뒤집었다. 케인의 시야와 패스, 손흥민의 스피드와 공간 창출, 마무리가 어우러지며 무리뉴호가 공격력을 끌어올렸다.
 
사실, 사우스햄턴은 토트넘의 '뻔한 공격'에 잘 대비하며 전반전 막판까지 1-0으로 앞섰다. 손흥민의 빠른 스피드와 케인의 높은 결정력을 주무기로 하는 토트넘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강한 전방 압박과 오프사이드 트랩 활용으로 손흥민과 케인을 사전 봉쇄했다. 하지만 케인이 도우미를 자처하고 손흥민이 마무리를 담당하면서 수비가 와르르 무너졌다. 손흥민과 케인은 경기 후 "경기 전 준비한 부분들이 잘 이뤄졌다"고 말하며 스위칭 플레이가 주효했다고 짚었다.

손흥민과 케인은 이날 경기에서 효과적인 스위칭 플레이로 4골을 합작했다. /그래픽=심재희 기자

토트넘은 최근 '월드스타' 가레스 베일(31)을 영입했다. 베일의 합류로 토트넘 공격력은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정점에 케인, 날개에 '베일-손흥민'이 자리하며 'KBS 라인'을 형성한다. 스피드가 출중하고 왼발을 잘 쓰는 베일이 가세하면 손흥민과 케인이 더 다양한 공격을 펼칠 수 있다. 셋 모두 좌-우-중앙을 가리지 않고 공격이 가능해 파괴력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현지에서도 'KBS 라인'에 대한 기대치는 높다. 30대가 되었지만 베일의 스피드와 결정력은 여전히 월드 클래스로 평가 받는다. 20대 중후반 전성기인 손흥민과 케인의 공격력은 EPL 최고 수준이다. EPL을 넘어 유럽 전체적으로도 이 만한 공격 트리오는 드물다. 세 선수가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유럽 최고 클래스'가 허무맹랑한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토트넘은 사우스햄턴을 5-2로 꺾고 올 시즌 EPL 첫 승을 신고했다. 이제 손흥민과 케인이 만들어낸 화끈한 공격에 베일이 힘을 보탠다. 새롭게 닻을 올릴 토트넘의 'KBS 트리오'가 앞으로 현대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S, 스페이스를 어떻게 사냥할지 주목된다.
 
스포츠산업부장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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