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길 막힐 우려도
신용대출이 급감하자 영끌과 빚투가 진정세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급격하게 불어났던 은행 신용대출이 급감하면서 영끌과 빚투가 진정세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영끌은 영혼까지 대출을 끌어모아 집을 산다는 뜻의 신조어다. 빚투는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한다는 뜻이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26조899억원으로 전일 126조3335억원 대비 2436억원 감소했다.  

반면 지난 16일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26조3335억원으로 지난 11일 125조1973억원에서 3영업일 만에 1조1362억원 급증했다. 일별 증가액은 14일 5077억원, 15일 3448억원, 16일 2735억원에 달했다. 

일각에선 신용대출 증가 추세가 한풀 꺾이자, 대출규제 강화를 예상한 사람들이 상당 부분 대출을 받아 갔고 시중은행이 적극적으로 대출 총량 관리에 나선 결과라고 해석했다. 

지난 10일과 14일 금융감독원과 은행 여신담당 실무진, 임원진은 회의를 개최하고 신용대출 규제를 예고했다. 시중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은 오는 25일까지 금감원에 신용대출 관리방안을 제출키로 했다. 

시중은행권도 신용대출 조이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은 법조인과 의사 등 고소득·고신용자(1~3등급)에 대한 신용대출을 대폭 축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200~270% 대출 한도를 인정해줬지만 이를 100%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우대금리를 줄여 신용대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용대출 우대금리는 거래 실적과 금융상품 가입 유무 등 여러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은행 상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0.6~1.0% 수준이다. 

만약 우대금리가 축소된다면 당분간 1%대 신용대출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지난 10일 1.85~3.75%였기 때문이다. 앞서 농협은행은 이달 초 거래 실적에 따른 우대금리를 0.1% 상향했다. 다만 금감원 요청과 무관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정부가 직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DSR은 주택·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에서 연간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일부 외국계 은행은 영업점 신용대출을 이미 중단했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급증을 막기 위해 월별 신규 대출 한도를 정해놨다”며 “한도가 소진돼 일선 창구 대출을 막아놓은 상태”라고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DSR 조정은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함께 논의할 사안”이라며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DSR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당국과 은행이 고소득·고신용자에 대한 핀셋 규제를 통해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일부에선 결국 시중은행은 신용리스크 때문에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을 조일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 죽으라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한편 금감원은 오는 25일 이후 시중은행에 비공식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지적하거나 기본 가이드라인 등을 제시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후 협의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관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일정상 추석 전후 신용대출 금리와 한도 등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은행들이 대출 한도, 우대금리 축소 등 신용대출 조이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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