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통상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는 극장 성수기로 꼽혔다. 온 가족이 극장을 찾는 만큼 각 투자배급사들은 가족 관객층을 겨냥한 기대작들을 속속들이 선보이며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어느덧 일 년 가까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시점에서 ‘성수기’라는 표현 역시 무색해졌다. 주말에도 일일 관객 수가 9만 명대(20일 기준,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그친 최악의 상황 속 추석에 개봉하는 한국영화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대작 NO..중·저예산 韓영화

영화 '국제수사'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담보' '돌멩이' 포스터.

추석 시즌에 개봉하는 한국영화들은 총 4편이다. 쇼박스의 ‘국제수사’(29일 개봉), TCO((주)컨텐츠온의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29일 개봉), CJ엔터테인먼트의 ‘담보’(29일 개봉)이 추석 연휴 전날 개봉한다. 리틀빅픽처스 작품인 ‘돌멩이’는 30일 공개된다.

‘국제수사’는 난생 처음 떠난 해외여행에서 글로벌 범죄에 휘말린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곽도원, 김대명, 김상호 등이 출연했다. 총 제작비는 91억 원으로 손익분기점 170만 명이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죽지않는 언브레이커블을 죽이기 위한 이야기를 그린 코믹 스릴러다. 이정현, 김성오, 서영희, 양동근, 이미도 등이 출연했다. '점쟁이들' '차우' '시실리 2km'의 신정원 감독의 신작이다. 총 제작비 60억 원에 달한다.

‘담보’는 인정사정 없는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그의 후배 종배(김희원)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하모니’를 연출한 강대규 감독의 신작으로 성동일, 김희원, 하지원 등이 출연했다. 순 제작비 50 억 원 가량 투입된 영화다.

‘돌멩이’는 가장 적은 규모의 저예산 영화로 순 제작비 10억, 손익분기점 40만 명이다.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는 8살 지능을 가진 어른아이 석구(김대명)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범죄자로 몰리면서 그의 세상이 송두리째 무너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앞서 제작비 수백 억 원에 달하는 작품들은 추석 시즌 개봉을 포기했다. 당초 여름 공개 예정이었던 ‘승리호’는 9월로 개봉을 미뤘다가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자 또 다시 무기한 연기했다. 제작비 240억 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손익분기점은 580만 명대다. 코로나19로 인한 좌석 간 띄어앉기와 상영횟수가 축소된 상황에서 현 시기에 개봉하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이 외에도 차승원, 이광수 주연의 재난극 ‘싱크홀’과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화한 ‘영웅’ 역시 제작비 200억 원대의 작품들로 성수기 시즌 개봉을 노렸으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며 개봉을 연기한 바 있다. 또 제작비 100억 원대에 달하는 이제훈 주연의 ‘도굴’ 역시 개봉을 미뤘다.

■ 달라진 추석 극장가..관객 발길 이어질까

좌석 간 띄어앉기를 한 극장./연합뉴스.

이처럼 네 편의 한국영화는 모두 관객 수 200만 명 이하의 중·저예산 영화다. 비교적 흥행 부담이 적은 작품이지만 관객 수 10만 명을 동원하기도 힘든 최근 상황 속 이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영화 시장이 점점 좋아지면 될 것 같은데 코로나19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어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극장 자체 내에서는 감염이 없는 상황이고 방역도 잘 되지 않았나. 추석이지만 이동 제한이 있기도 하니 극장을 찾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예산이 적은 작품들이 주로 개봉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예산이 적은 작품들이 리스크가 적지 않나. 사실 앞서 개봉한 작품들이 흥행한다 해도 그 기운이 쭉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예년처럼 추석 극장 흥행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입소문이 잘 난다면 VOD나 IPTV 등 부가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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