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교보생명, 신사업 발굴 차원에서 입찰 참여…인수 의지는 강하지 않아"
악사손해보험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가운데 교보생명이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교보생명 제공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교보생명이 13년 만에 악사손해보험과 재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라이선스 취득 없이 손해보험사 시장에 진출, 기존 온라인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 함께 디지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 교보생명의 악사손보 인수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예비입찰에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신한금융지주와 카카오페이가 모두 발을 뺀 만큼,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악사손보의 경영실적이 매년 악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전망 역시 밝지 않기 때문이다.

신한·우리금융&카카오페이도 포기한 악사손보

21일 보험업계, IB(투자은행) 등 금융권에 따르면 18일 진행된 악사손보 예비입찰에 교보생명과 사모펀드 한 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보로 유력했던 신한금융와 우리금융지주, 손해보험사 진출을 예고했던 카카오페이는 모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시장에 나온 매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악사손보 역시 검토는 했으나, 스터디 차원 있었을 뿐 인수목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우리금융은 보험사보다 증권사 인수합병(M&A)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악사 인수에 참여한다는 건 절대 사실무근"이라며 "디지털 손보사 출범하겠다는 카카오페이 기존 기조는 바뀌지 않았으며 현재 예비인가 신청 준비 중"이라고 했다.

비은행부문 사업분야에 대한 포트폴리오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입장에서 손해보험사는 인수 우선순위 매물로 꼽힌다. 경쟁사인 KB, 하나금융이 각각 LIG손해보험과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해 비은행 계열사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며 종합 금융지주사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시장에 나온 매물은 모두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온 신한, 우리금융이 매각 구속력이 없는 '논바인딩(non-binding)' 방식으로 진행되는 예비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악사손보를 매력적인 매물로 느끼지 못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악사손보는 손보사 매물을 예의주시하는 금융지주사와 막강한 플랫폼을 앞세운 빅테크 기업까지 마다한 매물이기 때문이다. 실제 경영실적과 시장상황을 보면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악사손보는 ▲매출액 9294억원 ▲영업손실 385억원 ▲당기순손실 369억원 ▲손해율 85.3% ▲지급여력비율 222.21%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각각 15억, 1840억원, 533억원, 5.72%, 47.6% 하락한 수치다.

악사손보는 지난해 거둔 총 보험료 가운데 자동차보험 비중이 84.3%를 차지할 만큼, 자동차보험에 특화됐다. 하지만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4.8%로, 손익분기점인 적정손해율(80%)을 크게 웃돌면서 경영 실적이 악화됐다.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이 80%를 장악한 상황이며, 특히 손해율도 높아지고 있어 M&A 시장에서 악사손보는 매물로서의 가치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교보생명은 악사손보 인수를 통해 디지털 분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의지는 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악사손해보험 제공

교보생명 "시너지 효과 기대"...업계 "인수 의지 높지 않다"

지난 2007년 온라인 자동차보험 자회사인 교보자동차보험을 악사그룹에 매각헀던 교보생명은 온라인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13년 만에 악사와 재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악사손보 예비입찰 배경에 대해 "악사손보를 디지털 손보사로 재출범해 기존 온라인 생보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과 함께 디지털 분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의 악사손보 인수 가능성을 낮게 예상했다. 이번 예비입찰이 입찰에 참여한 후보자가 써낸 가격에 법적 구속력이 없는 '논바인딩'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확실한 인수 의사로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교보생명의 악사손보 인수 의지는 강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악사손보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에서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실제 인수 의지는 강하지 않다"면서 "설령 인수가 진행돼도 외부에 알려진 조건에 많은 부분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 방향, 금액, 고용보장 등 인수·합병 전 부문에서 조정이 필요하며 아직 예비입찰인만큼 본입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이야기다.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을 최소화한 상황에서 신사업을 발굴하겠다는 것으로, 자사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만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손해보험 시장은 4대 손보사(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가 시장 80% 이상을 점유하고, 앞으로는 이들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소 손보사의 경쟁력은 떨어진 상황"이라며 "매도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자본력이 풍부한 곳(금융지주사)을 선호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교보생명의 인수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매각 추진에 대해 고용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올려놨다. 고영장 사무금융노조 악사손보지부장은 "'고용안정협약' 체결없는 졸속매각과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보험산업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약탈적 사모펀드로의 매각을 결사 반대한다"며 "자본력 있는 금융지주사면 좋겠지만, 어느 곳이든 현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향후 회사를 책임감 있는 경영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악사손보 관계자는 "회사 매각과 관련한 부분은 확인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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