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이 또다시 왕따 논란에 휩싸였다. 발렌시아SNS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19·발렌시아)이 또다시 왕따 논란에 빠졌다. 
 
이강인은 20일(한국시각) 스페인 비고의 발라이도스에서 열린 2020-2021시즌 프리메라리가 2라운드 셀타 비고와 원정경기에 선발출전했다. 14일 레반테와 개막전에서 2개의 도움을 올리며 4-2 대승을 이끌었던 그는 2경기 연속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페란 토레스의 왕따 폭로로 속앓이를 했던 만큼 2경기 연속 선발은 팀 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져 간다는 신호로도 읽혔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전반 35분 발렌시아는 프리킥 찬스를 얻었다. 개막전에서 코너킥으로 어시스트를 기록했던 이강인이 공을 잡았다. 그러자 주장인 호세 루이스 가야가 자신이 차겠다고 했다. 이강인은 다시 한 번 본인이 직접 차겠다며 공을 뒤로 숨기기까지 했지만 가야는 어떤 대꾸도 없이 공을 내놓으라는 제스처를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니엘 바스가 이강인이 뒤에 숨긴 공을 빼앗아 가야에게 넘겼다. 이후 이강인이 허공에 손짓하며 혼잣말을 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를 타고 전해졌다. 

20일(한국시각) 열린 스페인 라리가 2라운드에서 볼 경합 중인 이강인(오른쪽) 모습. AFP=연합뉴스

경기 중 프리킥 키커 자리를 두고 언쟁을 벌이는 모습은 종종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손흥민과 에릭 라멜라의 실랑이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손흥민과 라멜라가 같은 포지션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였던 반면 유스 출신의 10대 선수인 이강인과 팀의 주장인 가야는 대등한 관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가야는 발렌시아의 전문 프리킥 키커도 아니며 팀의 화합을 주도해야 할 주장이라는 직위를 가진 만큼 이번 행동은 이강인의 왕따설로 불거지기에 충분한 근거가 된다. 
 
더욱이 이강인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됐다. 일반적으로 전반 45분만 뛰고 벤치로 돌아가는 경우는 감독의 전술에 부합하지 않거나 경기력이 많이 떨어질 때 이뤄진다. 이강인의 경기 내용은 정반대였다. 이날 45분 동안 이강인은 18차례 패스를 시도해 100% 성공했고, 이중 1회는 키패스였다. 시종일관 발렌시아의 공격에 밀렸던 발렌시아의 이날 공격력을 고려할 때 이강인의 이른 교체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결국 발렌시아는 1-2로 패했다. 
 
개막전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발렌시아의 올 시즌 전망은 밝지 않다. 헐거운 수비력이 큰 문제다. 지난 2경기 동안 4실점했다. 공격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허리 싸움에서 밀려 공격 전개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강인을 비롯해 공격진에게 볼 전달 자체가 안 될 정도로 후방 빌드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총체적 위기 속에서 팀을 구원할 감독의 전략과 전술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데다 팀 동료들로부터 존중과 배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굳이 발렌시아 잔류를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현실적으로 완전 이적이 안 된다면 차선책으로 임대라도 고려해야 한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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