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약 개발 등 경영 능력 입증나서
한상철 제일약품 부사장. /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한상철 제일약품 부사장이 한승수 제일약품 그룹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가시적인 성과창출을 위해 힘쓰고 있다. 제일약품그룹의 경영권 승계 소식이 제약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가운데, 한 부사장이 신약 개발 등 경영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연결기준 한상철 제일약품 부사장상반기 3452억원의 매출을 달성, 전년동기대비 2.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7억으로 49%, 순이익은 62억으로 173% 각각 증가했다.

제일약품 측은 "이번 상반기 실적 상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만성질환 환자들 처방이 좀 더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약개발로 자체 역량 강화 나서

제일약품은 상위제약사 가운데도 다국적제약사 제품 등을 포함한 상품 비중이 높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을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77.2%가 상품매출이다. 특히 다수의 상품이 다국적제약사 화이자 제품이다.

화이자로부터 수입한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로 2019년 매출 1679억원을 기록, 제일약품의 매출 25.01%나 차지한다. 또 화이자 생산 제품인 리리카 캡슐의 매출 비중도 9.22%로 높다. 반면 자사 제품인 급성·만성 위염제인 넥실렌은 96억원, 란스톤은 76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이렇듯 한 부사장이 신약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제일약품이 다국적제약사 판매대행에 불과하다는 지적에서 벗어나, 회사를 한단계 상장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한 부사장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시행해 제일약품의 신약 개발 지원 및 연구개발 역량을 높여 글로벌기업으로 가기 위한 내실을 다져나가는 해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일약품은 뇌졸중·당뇨·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등 총 12개의 신약을 개발 중이다.

제일약품은 보건복지부 항암신약개발단 과제로 선정된 항암제 JPI-547에 대해 전임상·임상1A상을 종료하고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JP-1366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뇌졸중치료제 JPI-289 임상 2상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당뇨병 신약 후보물질 ‘JP-2266’의 유럽 임상 1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연구인력이 88명에서 94명으로 6.8% 증가했으며, 매출의 4% 내외를 연구개발 비용으로 쓰고 있다. 또 신약개발 업무 총괄담당을 위해 이창석 중앙연구소장을 전무로 승진시켰다.

또 오픈이노베이션에도 힘쓰고 있다. AI(인공지능)신약벤처 온코크로스와 지난 1월 계약을 맺고, 인공지능 신약 플랫폼으로 제일약품 신약후보물질인 ‘JPI-289’의 신규 적응증을 찾아 개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제일약품 스마트 공장. /제일약품 제공

경영 승계 초석 다질까

제일약품이 다국적 제약사(화이자) 의존도가 높은 것은 한국화이자제약 부사장 출신인 성석제 제일약품 대표이사가 구축한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신약개발 등을 통해 극복하는 것도 한 부사장의 과제이기도 하다.

성 대표는 지난 2005년부터 제일약품 대표이사를 맡은 뒤,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6연임에 성공했다. 성 대표의 연임으로 향후 3년간은 한 부사장이 경영권 승계 작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기간 한 부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확실히 하기 위해선 제일파마홀딩스와 제일약품 지분율을 늘려나가는 것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제일약품의 지분구조는 제일파마홀딩스가 최대주주로 49.64%를 차지하고 있다. 한승수 회장이 3.00%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지배주주다. 이어 ▲한 회장 동생 한응수 6.91% ▲한 회장 부인 이주혜 씨 2.40% ▲한상철 0.61% 등으로 한 부사장은 지분 비중이 작다.

반면 지주회사인 제일파마홀딩스의 지분구조를 보면 상황이 다르다.

현재 제일파마홀딩스 지분구조는 ▲한승수 회장 57.79% ▲한상철 부사장 9.70% ▲한 회장 차남 한상우 제일약품 개발본부 이사 2.86% ▲한응수 1.88% 등으로 한 부사장이 2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후계구도에서 가장 앞선 위치다.

일각에서는 한 부사장이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 지분을 9.70% 보유하고 있지만, 그룹의 중추 역할을 하는 제일약품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후계구도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 부사장이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의 지분을 늘리면 제일약품을 비롯한 계열사 지분이 자연스레 늘어나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에 대한 것은 아직 나온 얘기가 없다”며 “(방식이나 지분 등) 관련해서는 공시를 통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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