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강릉고 김진욱.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이정인 기자] 고교 투수 최대어인 강릉고 김진욱(19)이 전체 1순위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고졸 투수 선호와 대졸 기피 현상은 올해도 이어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021 KBO 신인 드래프트를 열었다. 이번 드래프트는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로 ‘언택트’ 방식으로 개최됐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에 따라 소수의 구단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선수 지명은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로 행사장과 각 구단 회의실을 화상 연결하는 언택트 방식으로 열렸다.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 856명, 대학교 졸업 예정자 269명, 해외 아마와 프로 출신 등 기타 선수 8명 등 총 1133명이 참가했다. 팀당 10명, 총 100명이 프로 선수의 꿈을 이뤘다. 1차 지명자 9명을 더해 모두 109명이 2021시즌 KBO리그에 뛸 수 있게 됐다.
 
◆ 김진욱 예상대로 ‘롯데행’

1순위 지명권을 가진 롯데는 예상대로 강릉고 투수 김진욱을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김진욱은 올해 제54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강릉고의 창단 첫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고 최우수선수(MVP)와 우수투수상을 거머쥐며 특급 유망주로 기대를 받았다. 2학년이던 지난해에는 고교 최동원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2순위 한화 이글스는 유신고 왼손 투수 김기중을, 3순위 삼성 라이온즈는 대전고 투수 이재희를 지명했다. KIA 타이거즈는 고려대 투수 박건우를 선택했다. KT 위즈와 NC 다이노스, LG 트윈스는 나란히 내야수인 권동진(원광대), 김주원(유신고), 이영빈(세광고)을 1라운드 지명 선수로 뽑았다. SK 와이번스는 포수 조형우(광주제일고)를 지명했고, 키움 히어로즈는 내야수 김휘집(신일고), 두산 베어스는 투수 김동주(선린인터넷고)를 낙점했다. 1라운드 지명을 받은 10명 중 절반이 고졸 투수다. 내야수도 4명으로 강세를 이뤘다.
 
◆ 롯데의 큰그림?

롯데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미국행을 선언한 덕수고 내야수 나승엽을 2라운드에서 지명했다. 애초 롯데의 1차 지명 후보로 거론된 나승엽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계약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나승엽이 끝내 미국행을 선택한다면 롯데는 지명권 한 장을 날리게 된다. 롯데는 이런 점을 각오하고 나승엽을 지명했다. 김풍철 롯데 스카우트 팀장은 “(나승엽이) 해외 진출이라는 이슈가 아직 남아 있으나 선수의 재능을 생각한다면 지명권을 잃게 되더라도 2라운드에서 지명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계약을 성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마운드 보강에 열중했다. 나승엽을 제외하고 9명의 신인을 모두 투수로 선발하는 극단적인 전략을 선보였다. 김 팀장은 "포지션 별 우선 순위를 두지 않고 선수의 기량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지금 보이는 모습보다 향후 3~4년 이후를 내다봤다. 올해 지명 선수들이 향후 팀 전력에 큰 힘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KT의 지명을 받은 김기태 전 감독의 장남 김건형. /연합뉴스

◆ 야구인 2세 열풍 계속될까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야구인 2세들도 프로의 꿈을 이뤘다. KT에 8라운드 전체 75순위로 지명된 김건형은 김기태(51) 전 KIA 감독의 장남이다.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운 그는 우투좌타 와야수다. 아이다호주에 있는 보이시 주립대학교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중거리 타자로서 좋은 컨택트 능력을 갖추고 있다. 김건형과 함께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헤라클레스’ 심정수(45)의 아들 심종원(23)은 호명되지 않았다.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은 세광고 내야수 이영빈은 한화, SK에서 선수 생활을 한 이민호(51) 대전 중구 리틀야구단 감독의 아들이다. 공ㆍ수ㆍ주를 두루 갖춰 지명 전부터 유력한 상위 지명 후보로 평가 받았다. LG 구단은 "이영빈은 스윙 스피드가 빠르고 밀어 쳐서 강한 타구 생산이 가능한 중장거리 유형의 타자다. 빼어난 송구력과 빠른 주력, 도루 능력도 갖췄다"고 밝혔다.

앞서 장정석 전 키움 감독(현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의 아들인 덕수고 장재영과 OB베어스에서 활약한 강규성의 아들 강효종이 각각 키움과 LG의 1차 지명을 받은 바 있다. 

이 외에도 KIA의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고려대 투수 박건우는 레전드 박노준(58) 안양대 총장의 친조카다.
 
◆ 또 고개 숙인 대학야구

예년과 달리 상위라운드에서 대졸이 여러 명 지명됐다. 지난해 드래프트에선 2라운드까지 대졸이 1명만 불렸는데, 올해는 4명이나 지명됐다. 특히 고려대 오른손 투수 박건우는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었고, 대학 최고 내야수로 꼽힌 권동진은 5순위로 KT의 부름을 받았다. 1라운드서 대졸 신인이 2명 이상 뽑힌 건 2016 신인드래프트 이후 5년 만이다.

10라운드까지 총 19명의 대졸 선수가 프로의 부름을 받았다. 전체 선수의 17.4%에 불과하다. 2년 연속으로 프로 선수를 20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2017년 23명, 2018년 21명, 2019년 18명, 2020년 19명이 프로 무대에 진출하는 데 그쳤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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