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이상엽이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배우로 성장했다. 최근 종영한 KBS2 '한 번 다녀왔습니다'(한다다)에서 이상엽은 나희(이민정)와 이혼 후 다시 사랑을 깨달아가는 소아과 의사 윤규진으로 분했다. 실제로는 미혼이지만 극 중 이혼남 연기를 실감 나게 선보이며 호평을 얻었다. '한다다'가 막장 설정은 최소화하고 다양한 캐릭터에 온기를 불어넣으며 최고 시청률 37%까지 오른 것에 힘입어 이상엽도 높은 인기를 얻었다. 이에 대해 이상엽은 "처음에는 실제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윤규진을 이해하기 어려워서 연기하면서 차츰 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촬영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이상엽이 '한다다' 윤규진이었고 윤규진이 이상엽이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 종영 소감부터 말해본다면.

"추운 1월에 촬영을 시작해서 얼마 전에 마쳤는데 가을을 뺀 모든 계절을 함께 겪었다. 일주일에 2, 3일은 꼭 같이 촬영했고 촬영 중에 장마도 있었고 코로나도 있었다. 여러 가지 힘든 점들이 있었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즐겁게 촬영 잘했던 것 같다. 그만큼 이 드라마와 캐릭터가 나에게 깊숙이 박혀있어서 당분간은 앓이를 할 것 같다."

-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평소 양희승 작가님의 팬이어서 긴 시간 작품을 함께 해보고 싶었다. 처음에 대본 받았을 때는 '굿캐스팅' 촬영 중이라 바로 대본을 못 보고 나중에 봤는데 보자마자 4, 5부까지 한 번에 다 읽었을 정도로 재밌었다. 그래서 출연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 초반에 '굿캐스팅'과 방송 시기가 겹쳤는데 힘들지는 않았나.

"다행히 촬영 일정은 일주일 정도밖에 겹치지 않았고 '굿캐스팅' 윤석호라는 캐릭터를 정리하기도 전에 윤규진으로 넘어가야 하는 게 걱정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초반에 '한다다' 팀에서 초반에 촬영 일수를 뒤로 밀어줘서 털어낼 수 있는 시간이 있었고 많이 힘들지 않았다. 다만 두 드라마가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연달아 방송한다는 게 조금 부담스럽긴 했다."

- 마지막에 쌍둥이 아빠가 됐는데. 결말은 만족하나.

"사실 쌍둥이 아빠가 되는 결말은 예상하지 못했다. 대본을 받고 나서 알게 됐는데 만족하는 결말이라 태명을 직접 지었다. 윤오구라고 지었는데 쌍둥이라서 오구오구라고 부르려고 지은 이름이다. 쌍둥이를 낳는다는 결말 덕분에 두 아이를 처음으로 한 번에 안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 이번 작품을 하고 나서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많아졌을 것 같다.

"초반에는 밥 먹으러 식당 가면 많이 혼났다. 왜 와이프 말 안 들어주냐고 타박도 많이 듣고. 그래도 달걀프라이는 서비스로 많이 받았다. 알아보는 분들이 확실히 많아진 것 같다."

- 호흡이 길어서 다른 미니시리즈와는 많이 달랐을 것 같은데.

"배우들끼리 호흡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연기하면서 함께 호흡하는 게 재미있었다. 연기 측면에서 순발력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그리고 조금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힘을 빼는 연기를 배운 것 같다. "

- 주말극임에도 불구하고 전 연령층에게 사랑받았는데.

"나도 지금까지는 주말극이 중장년층이 보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거의 전 연령대가 많이 사랑해주셔서 좋았다. 아무래도 불편한 상황들이 별로 없고 이웃의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표현했기 때문에 좋아해 준 거라고 생각한다. 적재적소에 유쾌한 상황도 잘 들어가 있었고."

- 멜로 눈빛부터 눈물, 코믹까지 다 되는 배우라는 호평도 받았는데.

"표정보다는 눈으로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하는데 그걸 좋게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눈에 집중하다 보니 시신경과 정신이 다 몰려서 가끔 눈이 빨개지기도 하는데 또 눈에 힘을 주면서 연기하는 건 싫어서 적절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한다다'를 마친 후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진 않았나.

"원래도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있지는 않았지만 '와이프의 말을 잘 듣자'라고 생각하게 됐다. 나중에 결혼하면 와이프와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하고. 가치관이 변했다기보다 대화의 부재를 만들면 안 되겠다고 확신을 하게 됐다."

- 나희가 시어머니인 윤정(김보연)과 갈등을 겪기도 했는데 실제 이상엽은 어떻게 대처할 것 같은가.

"사랑하는 어머니와 사랑하는 아내 사이에서 그냥 최대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방법을 정하고 하기보다는 순간순간 대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로 순발력을 배우지 않았나 싶다. 이제는 실제로 써먹고 싶다(웃음)."

- 올해 '한다다'부터 '굿캐스팅', '인터뷰 게임' 진행까지 열일했는데.

"올해를 되돌아보면 정말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연기하면서 매일을 보냈는데 그러다 보니 내가 너무 많이 보여줘서 바닥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가진 걸 다 보여드린 것 같다. 그래도 열심히 지낸 것 같아서 후회는 안 된다. 감사한 한 해였다."

- 이제 남은 2020년은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아직 차기작을 정하지 못해서 당분간은 쉬면서 나를 좀 더 채우려고 한다. 게임도 하고 가족들과 시간도 많이 보내고. 책도 많이 읽어서 배움을 넓히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다음 작품에서는 자연스럽게 모든 상황에 녹아드는 배우가 됐으면 한다. 매 순간 자연스럽게 사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

사진=웅빈이엔에스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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