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KBO리그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 /OSEN

[한국스포츠경제=이정인 기자] “요즘은 경쟁률이 몇 퍼센트나 돼요?”

류중일(57) LG 트윈스 감독은 20일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진행된 사전인터뷰 말미에 대뜸 취재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21일 열린 KBO 2차 신인 드래프트 경쟁률이 어느 정도인지 물을 것이다. “10대1 정도”라고 답하자 류 감독은 “프로 야구선수 되기가 정말 힘들다. 사실 그래서 저도 아들 둘 다 야구를 안 시켰다”라고 웃으며 “신인 드래프트 날은 수능과 같다. 부모님들은 내일 물 떠다 놓고 기도하시지 않을까 싶다. 올해는 비대면으로 한다고 하던데 그래도 긴장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는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 856명, 대학교 졸업 예정자 269명, 해외 아마 및 프로 출신 등 기타 선수 8명 등 총 1133명이 참가했다. 이중 라운드 별로 구단 당 1명, 모두 100명이 KBO 리그 구단의 유니폼을 입었다. 취업률은 약 8.8%에 불과하다.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 프로 무대에 진출하는 거 자체가 말 그대로 ‘바늘구멍’이다.

매년 신인 드래프트장은 희미한 환희와 나지막한 탄식으로 요동친다. 구단들이 지명 선수를 호명할 때마다 장내에는 승자와 패자의 탄성과 한숨이 교차한다. 프로의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한 선수들은 좌절한다.

그러나 신인 드래프트는 프로가 되는 하나의 출발선일 뿐이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는다고 프로에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지명을 받지 못한다고 프로에서 성공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명순위도 선수의 기량이나 재능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다. 물론, 상위지명을 받고 주위의 기대대로 프로 무대에서 탄탄대로를 걷는 선수들이 있다. 이정후(22ㆍ키움 히어로즈), 강백호(KT 위즈), 정우영(21ㆍ이상 LG 트윈스), 소형준(19ㆍKT 위즈) 등이 모범사례다. 

반면 남들보다 출발이 늦거나 시작은 미약했지만, ‘패자부활전’을 통해 스타 반열에 오른 선수들도 많다. 김현수(32), 채은성(30ㆍ이상 LG), 서건창(31ㆍ키움) 등 신고선수 출신(현 육성선수)들이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됐다.

올해도 여러 선수가 인고의 세월을 견뎌내고, 뒤늦게 야구 인생을 꽃피워 희망을 전하고 있다. 중고신인 홍창기(27ㆍLG)와 대졸 신인 최지훈(SK 와이번스), 강재민(이상 23ㆍ한화 이글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선택 받지 못한 자’였다. 홍창기는 고교 졸업반 때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건국대에 진학해 실력을 쌓은 뒤 2016년 드래프트에서 2차 3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고, 프로 데뷔 5년 만이 올해 비로소 잠재력을 만개했다.

최지훈과 강재민도 고교 시절 드래프트에서 호명 받지 못하는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좌절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학에서 자기 발전에 힘을 기울였다. 꿈에 그리던 프로 지명을 받은 최지훈과 강재민은 데뷔 첫해 주축 선수로 발돋움하며 대졸 신인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어디 인생에 기회가 한 번뿐이겠는가. 야구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27번의 기회가 있다. 경기에서 나오는 총 27개의 아웃카운트 중 단 1개가 남은 상황이라도 경기는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게 바로 야구다. 

젊음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야구도 인생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프로 지명을 받은 선수들에게는 박수를, 끝내 프로의 부름을 받지 못한 미래의 스타들에겐 격려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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