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사진=인천국제공항공사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의 해임안을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례적으로 해임 건의 심의가 나기 전부터 비위 내용을 발표했고, 구 사장은 이에 반발해 공방을 주고받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는 개항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는 '태풍 부실 대응 및 행적 허위보고'와 '직원 인사 운영에 공정성 훼손 등 충실 의무 위반' 등을 해임 사유로 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규직 전환으로 촉발된 '인국공 사태'를 구본환 사장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구 사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토부 고위 관계자가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자진사퇴를 요구했다”며 “퇴로와 명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바로 나갈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가 해임안을 의결하면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구 사장에 대한 감사 결과 부적절한 처신이 발견됐다며 기획재정부에 해임을 건의한 상태다. 오는 24일 구 사장의 해임 안건을 심의·의결할 기획재정부 소속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공운위)가 열린다.

우선 국토부가 구 사장의 해임을 건의한 표면적인 이유는 태풍 부실 대응 및 행적 허위보고와 직원 인사 운영에 공정성 훼손 등 충실 의무 위반 등이다.

앞서 감사를 진행한 국토부는 구 사장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 당일 태풍 대비를 위해 국감장 이석을 허용받았는데 바로 퇴근해 사적 모임을 가졌고, 이를 국회에 허위 보고했다며 해임 건의 사유를 밝힌 바있다. 또 구 사장이 지난 2월 인사발령과 관련해 사내 직원이 해명을 요구하자 그를 직위해제하는 등 인사 운영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사유도 추가했다.

이와 관련 구 사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 해명했다. 구 사장은 "사적 모임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인천공항 옆 사택에서 비상대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인사에 관해서는 "인사위원회에서 직위해제를 결정한 것으로 이는 인사권자의 재량"이라고 했다.

회사 로고 교체를 두고도 논란이 있었다. 지난 7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인천공항공사가 내년 3월 개항 20주년을 맞아 새로 만든 로고 이미지와 함께, 사내 반발 여론 등이 담긴 게시물이 올라왔다.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로고 변경을 중단했다.

일각에서는 그간의 비위 혐의 때문이 아닌 공항 보안검색 요원을 청원경찰로 전환해 직고용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인국공 사태’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구 사장도 이런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모습이다. 그는 최근 '인국공 사태'의 책임을 물어 경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추측은 하는데 말할 순 없고 같이 추측해 달라"면서 "저는 국토부와 청와대의 당초 계획을 따랐다. 국토부 등에서도 연말까지 직고용을 마무리하기 원했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 6월 협력업체 소속 보안검색요원 1900여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른바 ‘인국공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에 의한 것으로 당시 취업 준비생들의 반발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에는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 전환을 했으나, 인천공항공사가 직고용 방침을 세우면서 기존 정규직 직원과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특히 소방대원 등 230여명 가운데 47명이 경쟁 채용 절차를 거치면서 탈락 해고되자 노조 반발이 이어졌고, 탈락을 우려한 보안검색 요원들은 집회를 이어가기도 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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