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K팝 가수들이 미국 시장을 점령했다. 최근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3주째 정상을 지키고 블랙핑크는 '아이스크림(Ice Cream)'으로 13위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슈퍼엠은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몬스타엑스는 '빌보드 200' 5위를 비롯해 총 7개의 차트에서 10위권을 차지했고 엔시티127은 '빌보드 200' 14위를 차지하는 등 K팝 가수들의 빌보드 점령이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앨범 홍보나 마케팅 전략도 해외 시장을 겨냥하는 전략으로 차츰 바뀌고 있다.

■ 金 오후 1시 음원 공개 전략

지금까지 대부분의 가수들은 음원 발매를 평일 오후 6시에 맞춰 공개했다. 이전에는 평일 자정에 음원을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2017년 초 음원 플랫폼 실시간 차트가 개편되면서 음원 발매 시간도 바뀌었다. 이는 스트리밍이 집중되는 퇴근길, 하굣길에 음원 차트를 공략하는 방법으로 음원 발매 직후 음원 차트 진입 순위를 끌어올려 조금이라도 유리한 출발점을 선점하려는 마케팅 전략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시장과 더불어 미국 음악 시장까지 K팝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금요일 오후 1시 음원 발매를 이어가는 사례가 많아졌다. 빌보드 등 해외 음원 차트 진입 기록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한국에서 금요일 오후 1시에 음원을 공개한다는 것은 미국 동부 시간 기준 금요일 자정 발매를 뜻한다. 빌보드 차트가 순위 산출에 반영되는 세일즈 집계 기간을 매주 금요일부터 다음 주 목요일까지 1주일로 두고 있기 때문에 한국시간 평일 오후 6시에 음원을 발매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차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마일리 사이러스, 두아 리파, 케이티 페리 등 해외 팝스타 역시 금요일 음원 발매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워너-유니버설-소니뮤직 등 세계적인 음반사들이 이끈 '뉴 뮤직 프라이데이(New Music Friday)' 캠페인 이후 금요일 신곡 공개가 관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다수의 아티스트들이 같은 날 새 음악을 발매함으로써 다양한 신곡 프로모션 효과를 극대화하고 발매 일정 통일을 통해 불법 음원, 음반 확산을 방지하려는 의미를 담은 금요일 음원 발매는 이미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45개국에서 공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슈퍼엠, 원호 등이 금요일 오후 1시 세계 동시 음원 발매라는 전략을 선택했다. 

■ 영어 가사·컬래버레이션으로 친근감↑

더불어 노래를 한국어 가사가 아닌 영어 가사로 구성하고 해외 유명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해외 시장에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로 데뷔 후 처음으로 전체가 영어 가사로 구성된 곡을 선보였고 블랙핑크도 '아이스크림'으로 리사의 한국어 랩을 제외한 가사 모두를 영어로 구성했다.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로 한국 최초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라는 성적을 기록했고 블랙핑크는 한국 걸그룹 최초로 '핫 100' 차트 49위를 기록했다.

'핫 100' 차트 자체는 스트리밍, 라디오 방송 횟수, 음원 판매량을 종합해 순위를 집계하는 차트다. 특히 라디오 방송 횟수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비영어권 가수가 1위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영어 가사로 이루어진 곡은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다. 

영어 가사로 구성된 곡이라는 점만을 빌보드 상위권 성적을 거둔 이유로 꼽을 수는 없지만 방탄소년단 RM은 지난 10일 KBS '뉴스9'에 출연해 '다이너마이트'의 전 세계적 인기에 대해 "영어로 불러서 언어의 장벽이 무너져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 블랙핑크는 해외 가수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빌보드를 겨냥하고 있기도 하다. '아이스크림'은 셀레나 고메즈와 컬래버레이션한 곡이며 앞서 해외 팝가수 두아리파와 '키스 앤드 메이크업(Kiss and Makeup)'을 레이디 가가와 '사우어 캔디(Sour Candy)'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두 곡은 각각 빌보드 93위와 33위에 오른 바 있다.

이처럼 K팝 가수들이 세계 음악 시장 1위로 꼽히는 미국 음악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면서 K팝의 세계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높은 벽으로만 느껴졌던 빌보드에 여러 K팝 가수들이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높은 성적을 기록한 만큼 앞으로 얼마나 많은 K팝 가수들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성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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