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코로나19 상황에서 발생한 의료계 집단휴진(파업)이 이달 초 사실상 종료됐다. 전공의와 본과 4학년이 중심이 된 파업임에도 불구하고 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정부와 협의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의사들은 다시 현장에 복귀했다.

그런데 뒷맛은 개운하지 않다. 이번 의사와 정부 간 갈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쪽이 국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집단휴진이 이어진 8~9월 동안 이른바 메이저로 불리는 서울 빅5 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의 외래는 평소보다 10~30% 정도 줄었고, 수술이나 시술 일정은 평소의 30~50% 수준으로 축소됐다. 

일례로 유방암 환자인 기자의 지인은 방사선 치료가 일주일이나 연기됐다. 또 의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환자를 받지 않아 어떤 이들은 구급차로 이송되던 중 숨을 거두기도 했다. 코로나19 탓에 가뜩이 일손이 부족한데, 일부 의료인들의 무책임한 행동이 환자를 사망케 한 셈이다.

이처럼 각종 피해가 발생했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금까지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같은 의료계 종사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인 페이스북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 계정에는 "집단행동이 결의를 잃어가는 지금도 환자들과 약자에 대한 의사 집단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다"면서 "의료계 구성원의 일부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깊은 사죄의 인사를 드린다"고 했다.

이어 "의료인의 파업을 인정한다고 할지라도, 응급실과 중환자실마저 비우는 무책임함은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렵다"며 "필수적인 수술 일정이 연기되는 상황에서도 의사집단은 한 발자국의 양보도 없었고, 내부적으로는 무조건적 단합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학교수들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집단 국가고시 거부로 올해 3172명의 응시 대상자 중 14%인 446명만 지원했다. 제아무리 본인 스스로 결정해서 한 일이라고 해도 이들의 아까운 1년은 도대체 누구로부터 보상을 받아야 하나. 이들을 금이야 옥이야 키웠을 부모들의 마음의 상처는 누가 치유할 수 있을까. 스승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면 어린 제자들의 집단행동을 부축이는 게 아니라 말렸어야 했다. 다행인 점은 많이 늦었지만 국민과 학생들에게 사과했다는 것.

마지막으로 집단휴진의 단초를 제공한 정부 또한 반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시는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계와 심도 깊은 논의를 하길 바란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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