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족 장신구를 모티브로 한 화장품 / 사진 제공 = 아모레퍼시픽, 국립고궁박물관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잠들어있던 조선 왕족의 장신구들이 K뷰티로 재탄생되고 있다.

조선의 마지막 왕비였던 영친왕비(이방자 여사)의 장신구 `백옥꽃떨잠`을 모티브로 한 `설화수 실란 명작 컬렉션’부터 조선 왕실 영조 딸 화협 옹주 화장품까지 조선 왕족의 장신구가 민,관,학 협력 속에 현대적 K뷰티로 재현되고 있다.

▲영친왕비 ‘백옥꽃떨잠’ 설화수 실란 명작 컬렉션 2000만 원 팩트

국내 뷰티 브랜드 설화수에서는 내달 영친왕비의 머리 장신구 `백옥꽃떨잠`을 모티브로 한 `설화수 실란 명작 컬렉션`을 출시한다. 22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실란 명작 컬렉션`은 한국의 전통 화장문화와 공예 기술을 계승하기 위해 설화수가 지난해부터 장인들과 협업해 선보이는 화장품으로 한해 단 3개의 제품만 제작한다. 다음 달 강남구 신사동 설화수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설화수 실란 명작 콜렉션’을 선보인다. 제품은 파우더 팩트로 내부에 4가지 색상의 파우더가 들어있는 제품이다. 베이스 팩트나 하이라이터, 볼터치로도 활용 가능하다.

설화수 `2020년 실란 명작 컬렉션` [사진 제공 =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2020년 실란 명작 컬렉션` [사진 제공 = 아모레퍼시픽]

파우더 팩트의 가격은 2000만 원대다. 국가지정 옥석패물가공 기능전승자인 벽봉(碧峰) 김영희 옥석장(경기 무형문화재 18호)이 디자인은 물론 소재 하나하나에 왕실의 품격과 전통미를 담아 영친왕비의 머리 장신구였던 ‘백옥꽃떨잠’을 노련하게 제작했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영친왕비 ‘백옥꽃떨잠’ [사진 출처 = 국립고궁박물관]

-5가지 보석 얹혀지면서 6배 가까이 가격 ‘껑충’

설화수는 지난해 300만 원대 실란 명작 컬렉션을 3점 출시했다. 국내 유일 전통기능 칠보공예 전승자 노용숙 자인의 실제 작품을 바탕으로 순도 99.9% 은으로 제작된 합 위에 전통 방식을 그대로 재현한 장인의 칠보 명판을 얹은 것이다. 지난해는 보석이 들어가지 않아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순도 99.9%의 은합 위에 호박, 비취, 진주, 옥 산호 등 5가지 보석이 추가되면서 무려 6배 가까운 가격대를 확 올려 출시한 것이다. 은합 위 보석 가운데 4개는 설화수가 보석감정을 마친 진품 보석들로 6배의 가까운 가격을 껑충 뛰게 만든 주인공이다. 설화수 측은 올해 컬렉션은 가격대가 가격대인 만큼 판매 목적보단 전시 목적에 무게를 실었다. 설화수 관계자는 “판매가 되면 좋긴하다”면서도 “완전히 판매 목적으로 출시됐다기보단 예술품으로써 고객들에게 전통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느낄 수 있게끔 제작된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적으로 재탄생한 화협옹주 화장품 및 용기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잠들어있던 영조 딸 화협옹주, ‘K뷰티 화장품’ 됐다

겨우 열아홉에 홍역으로 숨진 영조의 일곱 번째 딸이자 사도세자의 친누나로 알려진 화협옹주(1733∼1752)의 출토유물 연구를 기반으로 화장품 3종(파운데이션, 보습용 핸드크림, 입술보호제)의 시제품이 공개됐다.

지난 2015∼2017년 진행된 경기도 남양주 삼패동 화협옹주묘 발굴조사에서는 화협옹주가 생전 사용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빗, 거울, 눈썹 먹 등 화장도구와 다양한 화장품이 담긴 소형 도자기 등 당대 여인의 화장문화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이 나왔다. 당시 화협옹주의 묘 안에서 발견된 청화백자 용기들 안에는 270년이나 지난 화장품 내용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기초화장품인 면약에서 립스틱용 연지와 개미 수천 마리가 들어간 불가사의한 용액까지 그 내용물은 놀라웠다.

화협옹주가 생전에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화장품이 옹주 사후 약 270년 만에 현대적으로 재탄생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화장품 제조사 코스맥스와 22일 오전 10시 박물관 강당에서 화협옹주묘 출토유물을 연구, 제작한 현대식 화장품을 공개하고 '전통화장품 재현과 전통 화장문화 콘텐츠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번에 선보인 제품은 이들 재현품에서 착안해 전통 재료를 일부 취하되 현대 기술력으로 탈바꿈한 화장품들이다. 공개 행사에서는 화협옹주묘에서 출토된 청화백자 화장품 용기 10점의 크기와 형태를 수정하고 문양을 단순화시켜 제작한 화장품 용기도 공개된다. 화장품은 올해 말 '프린세스 화협'(Princess Hwahyup)이란 상품명으로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이번 화장품 현대화 총괄연구책임인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문화재수리기술학과 정용재 교수는 "중금속 등 유해 성분을 제외하고 출토 화장품에 함유됐던 재료를 포함했으며, 성능 향상과 보관 기간 연장을 위해 현대적인 안료와 물질을 사용해 시제품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세 기관은 앞으로 4년간 ▲ 다양한 전통화장품 개발 ▲ 전통 화장문화 관련 프로그램 개발 ▲ 화장품과 콘텐츠의 활용·홍보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통을 바탕으로 제조된 왕족 화장품은 당대 화장품의 모습과 그 효과를 재현함으로써 'K-뷰티'로 이어지고 있는 우리 화장품의 뿌리를 찾아 역사적 가치를 실현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 K-뷰티만의 기술력과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시장에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김영모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총장은 “문화재가 유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 현재 삶 속에 함께하게 됐다는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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