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오는 29일부터 전월세전환율 현행 4%에서 2.5%로 낮아져
전문가 "전세 매물 감소 추세 이어질 것"
22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관계자가 전날 계약된 전세 물건이 표시된 안내문을 떼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서울 아파트 월세 매물이 전세 매물을 앞지르는 등 전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오는 29일부터 전월세전환율이 2.5%로 낮아지는 가운데 해당 조치가 임대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월세 매물은 9164건으로 전세 매물 8892건에 비해 272건 더 많았다. 지난 18일 서울 월세 매물이 1만302건으로 전세 매물 1만42건을 초과한 뒤로 역전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등이 시행된 이후 전세 물량은 빠르게 소멸되고 있다. 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 서울 월세 매물은 35.2% 줄어든 반면 전세 매물은 48.2% 감소했다.

매물이 줄어들면서 거래량도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추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의하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6700건으로 전년 동월 1만481건 대비 36.1% 감소했다.

9월은 더 심각하다. 23일 기준 전세 거래량은 2964건으로 전년 동월 9308건에서 68.2% 급감했다. 월말까지 기간이 남은 만큼 늘어날 여지가 있지만 감소폭은 크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대차 시장 안정을 예상했던 정부도 급하게 원인 분석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20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은 “매매시장 상승폭이 줄어든 가운데 법인과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매물이 늘어나는 등 시장안정 시그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매매시장 변화로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세금 절감을 위해 집주인들이 실입주를 선택하게 되면 선호지역 전세 매물은 줄어들 수 있다”며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들이 단기적으로 전세시장 초과수요를 야기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전월세전환율이 현행 4%에서 2.5%로 낮아지는 등의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오는 2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 보증금의 전부나 일부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산정율이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경우에만 적용되며 월세를 전세로 바꿀 때는 해당 산정율을 따르지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시중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전월세전환율이 과도하게 높아 서민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개정 배경을 밝혔다.

연이은 조치에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전월세전환율 인하가 오히려 월세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전세 매물 감소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자대학교 교수)은 “전월세전환율 같은 경우 이미 시장에선 의미가 없고 사문화돼있다”며 “전환율이 낮아지게 되면 다시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오히려 월세 가격 상승만 부추기는 꼴”이라고 평가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환율 인하도 영향을 주겠지만 그보다는 현재 전세 매물이 워낙 없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재계약 사례나 집주인이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요인에 가을 이사철,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발표 등이 겹치면서 좀 더 부족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환율 인하 같은 경우도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은 가을 이사철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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