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융투자업계, 내달 말이나 11월 기심위 예상
청와대에서 주식 거래재개를 촉구하고 있는 신라젠 소액 투자자들.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신라젠의 주식 거래재개 여부가 다음 달 말쯤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23일 금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미 지난달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를 열었다"며 "당시 회사의 경영진을 교체하는 임시 주주총회(9월7일)를 앞두고 있어 속개했지만, 거래재개 여부에 대해선 상당 부분 검토가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석 연휴와 세부 의견조율 등을 감안하면 기심위 날짜를 다음 달 말쯤으로 잡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늦어도 11월은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거래소는 신라젠 전 경영진이 횡령·배임 혐의를 받자, 지난 5월4일 회사의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이후 지난달 6일 주식 상장폐지(상폐) 여부 심사를 위해 기심위를 개최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속개'를 결정했다.

통상적으로 속개할 때는 관련 기업의 특별한 이벤트가 예정돼 있을 때다. 신라젠의 경우 지난 7일 임시 주총 개최가 예정돼 있었으며, 경영진 교체와 사외이사진 강화 등 '경영 투명성 제고' 관련 안건이 상정돼 있었다. 

즉 거래소는 신라젠 주총 이후 종합적으로 검토해 상폐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라젠 임시 주총에서는 주상은 부사장을 단독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이 통과됐다. 그는 다음 날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에 올랐다.

또한 신규 사외이사로 법률 및 행정 전문가인 홍승기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정영진 전 법무법인 대륙아주 파트너변호사·식품의약품안전처 출신인 남태균 메디인사이트 대표 등이 선임됐다. 비상근 감사에는 정성미 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 상무를 선임했다.

특히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의 보수총액은 종전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줄이는 안건도 통과됐다. 감사 역시 기존 3원에서 1억원으로 조정했다. 게다가 임직원 61명에게 137만9000주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안건도 철회했다. 거래정지에 따른 일반 투자자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밖에 신라젠 거래정지의 책임이 있는 문은상 전 대표와 양경미 전 부사장, 사외이사 국윤호·김형규·김병주 등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검찰은 지난 5월 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배임), 업무상 배임 및 업무상 배임 미수 등 혐의로 문 전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또 관련자 4명을 구속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문 전 대표는 2014년 3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191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신라젠 본사 입구. /연합뉴스

기심위 재개 후 신라젠 운명은?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다시 기심위를 열면 ▲상장적격성 인정 ▲개선기간 부여 ▲상장폐지 중 하나를 결정한다. 

만약 상장적격성을 인정하면 신라젠은 다음 날부터 곧바로 거래가 재개된다. 개선기간을 부여할 경우 최장 12개월 후 다시 심의 및 의결 과정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신라젠과 주주 입장에서 볼 때 최악의 경우는 '상장폐지'다. 다만 이같은 결정이 나와도 코스닥시장위원회는 다시 심의 및 의결 과정을 거쳐 상폐 여부를 결정한다. 여기서 상장폐지 결정이 나더라도 회사는 다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심위 재개 날짜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이와 관련된 규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신라젠 관계자는 "거래소로부터 기심위 재개 일정에 대해 아직 통보받은 바 없다"며 "때문에 향후 일정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신라젠은 지난 2016년 기술특례 상장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지난 2017년 하반기 간암치료제로 개발한 '펙사벡'이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주가는 15만2300원 최고가까지 급등했다. 당시 시가총액은 10조원으로 코스닥시장 시총 2위였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펙사벡 임상 3상 실패 소식에 주가가 폭락했고,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신라젠 소액주주의 수는 16만8778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87.7%에 달한다. 거래정지 당일(1만2100원) 시가총액(8665억원)을 기준으로 소액주주의 지분가치는 7500억원이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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