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8조원 규모 ELS 등 파생상품, 원금손실 구간 진입...내년 이후 만기
금융감독원이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에 대해 ELS 관련 리스크 관리체계의 미흡함을 지적하며 '경영유의' 제재조치를 내렸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지난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인한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로, 국내 증권사들이 1조원이 넘는 ELS(주가연계증권)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증권사의 헤지자산 거래(trading)에 어려움이 발생한 탓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에 대해 ELS 관련 리스크 관리체계의 미흡함을 지적하며 '경영유의' 제재조치를 내렸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지난 상반기 ELS 상품의 헤지운용에 있어 시장 급변동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으며, 리스크관리의 실효성이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ELS 헤지운용을 위해 보유중인 자산가치가 급락했을 당시 대규모 마진콜이 발생했으나, 이에 대응하기 위한 외환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금감원은 두 증권사에 대해 지난 11일 '경영유의' 조치와 함께 ELS 관련 리스크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대규모 마진콜에 대비한 외화유동성 관리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요구했다.

금감원은 먼저 두 증권사 모두 ELS의 헤지운용의 잠재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부서별로 ▲발행한도 ▲민감도 ▲손실 등 다양한 한도를 설정했음에도 특정 행사가격 구간, 만기 등의 쏠림현상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급변동시 이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또 헤지운용의 유연성을 부여코자 델타포지션 한도금액을 증가시켜 한도초과를 해소하는 등 리스크 관리의 실효성이 저하됐다며, ELS 발행한도 및 민감도 한도 관리 등 위험요인을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발생한 글로벌 주가지수의 동반 급락시 ELS 헤지운용을 위해 보유중인 자산가치가 급락, 대규모 마진콜이 발생했다. 그러나 두 증권사의 자력만으로 시장에서 외환자금을 적시에 조달할 수 없어 마진콜 대응자금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들며, 유사한 상황이 다시 일어날 것에 대비해 외화자산 보유 등 외화유동성 관리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점을 지적받은 증권사들은 이미 적절한 리스크 관리와 원활한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한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 이미 관련 개선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며 "돈(자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외화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 방안을 모두 밝힐 수는 없으나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한 여러 방편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상반기 국내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ELS 및 DLS) 발행액과 상환액은 모두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발행 및 운용 손익도 1조원대의 손실을 기록했다.

금감원이 집계한 지난 상반기 증권회사의 파생결합증권 발행 및 운용 현황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파생결합증권 발행액은 42조1000억원으로 전년동기(62조5000억원) 대비 20조4000억원(32.6%)이 줄었다. 또한 상환액 역시 40조8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5조6000억원(27.7%) 감소했다.

지난 6월말 기준 파생결합증권 잔액은 107조6000억원으로, 전년대비 8조9000억원(7.6%) 가량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던 ELS 등 파생상품의 수익률도 하락했다. 특히 문제가 됐던 ELS의 상반기 투자수익률은 3.3%(연평균)로, 전년동기 대비 1.6%포인트 떨어졌다. DLS 투자수익률은 2.4%포인트 감소한 0.9%를 기록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2021년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ELS와 DLS의 상당수가 원금손실 발생구간(녹인, knock-in)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말 기준 녹인 구간에 들어간 ELS와 DLS 규모는 1조8000억원으로, 이 중 89.7% 가량이 2021년 이후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의 헤지자산 거래에 따른 손익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잠재적 리스크에 선제적 대응할 방침"이라면서 "증시 변동성 확대에 따라 투자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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