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사적 처벌’ 논란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검거
경찰, 국내 송화 후 범행동기·공범 등 조사 예정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가 해외에서 검거됐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허지형 기자] 성범죄 등 강력 사건 범죄자들의 신상을 임의로 공개해 사적 응징 논란을 일으킨 디지털 교소도 운영자가 베트남에서 검거됐다.

◆ 1기 운영자, 베트남 호찌민서 검거

경찰청은 23일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30대 남성 A 씨를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국제공조 수사로 22일(한국시간) 오후 8시께 베트남 호찌민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올해 3월부터 A 씨는 1기 운영자로,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와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개설·운영하며 성범죄, 살인, 아동학대 등 사건 피의자 신상정보와 법원 선고 결과 등을 무단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A 씨의 직업 등 상세한 신상과 공범 유무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5월 경찰청 지시로 디지털 교도소 수사에 착수했다. 피의자가 해외 체류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달 31일 경찰청 외사수사과를 통해 인터폴 국제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2월 캄보디아로 출국한 A 씨가 인접 국가인 베트남으로 이동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베트남 공안부에 검거를 요청했다. 아울러 인터폴 수배 최고 단계인 적색 수배서를 발부받았다.

베트남 공안부 수사팀은 A 씨의 은신처를 파악한 뒤 A 씨로 추정되는 사람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했고, 경찰청은 해당 남성이 A 씨라는 결론을 내렸다. 베트남 수사팀은 전날 저녁 귀가하던 그를 체포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인터폴을 비롯한 국내외 다양한 기관과의 적극적인 공조로 국외 도피 사범을 추적·검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A 씨를 송환하는 대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할 계획이나 현재 코로나19 감염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비행편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교도소 홈페이지

◆ “디지털교도소 사라지기엔 아까워”

최근 고려대학교 학생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디지털 교도소의 허위 제보, 엄격한 법적 판단을 거쳐야 하는 신상공개가 검증 없는 ‘사적 응징’으로 인해 개인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됐다.

성 착취물 제작 혐의로 신상이 공개된 한 남자 대학생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한 대학교수는 사실무근인 데도 '성착취범'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디지털 교도소에는 무분별한 신상 공개를 비판하는 글이 줄을 이었고 이후 논란이 점점 커지자 지난 8일 해당 사이트는 돌연 접속이 차단됐다.

그러나 11일 2기 운영자라 밝힌 인물이 입장문을 올리며 운영 재개에 나섰다.

2기 운영자는 “1기 운영진들이 경찰에 의해 모두 신원이 특정됐고, 인터폴 적색수배가 된 상황”이라며 “디지털 교도소 운영이 극히 어렵다고 생각해 잠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교도소는 현재 여론으로부터 사적 제재 논란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고, 사이트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면서도 “이대로 사라지기엔 너무나 아까운 웹사이트”라고 운영 재개 뜻을 밝혔다.

이어 “1기 운영자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의 수사 협조 소식을 들은 후 8월부터 이런 사태에 대비했고, 여러 조력자에게 서버 접속 계정과 도메인 관리 계정을 제공해 사이트 운영을 재개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운영을 맡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피해자들의 고통은 평생 이어지는 반면 대한민국의 성범죄자들은 그 죄질에 비해 매우 짧은 기간의 징역을 살고 나면 면죄부가 주어진다”며 “이대로 디지털교도소가 사라진다면 수감된 수십 명의 범죄자들은 모두에게 잊혀지고 사회에 녹아들어 정상적인 삶을 살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법원 판결, 언론 보도자료 등 확실한 증거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신상 공개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2기 운영진이라는 것도 얼마든지 A 씨가 지어낼 수 있기 때문에 실존하는 건지, 허위로 가공의 인물을 내세운 것인지 여부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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