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람이 23일 두산과 시즌 9차전에서 전력 투구를 하고 있다. 오센 제공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한화 이글스의 시즌 막판 뒷심이 매섭다. 사상 첫 '정규시즌 100패' 위기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한화의 비상 뒤에는 든든한 마무리 정우람(35)이 있다. 정우람은 24일 오전 기준 올 시즌 39경기에 나서 2승 3패 13세이브 평균자책점 4.68을 기록 중이다. 
 
한화의 수호신 정우람은 2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시즌 9차전에서 이른바 '패대기 투구'를 했다. 9회 2점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투구판을 밟은 그는 1사 1루에서 김재환에게 홈런성 2루타를 맞아 실점했다. 1점 차로 쫓기는 상황에서 최주환을 상대로 와인드업 후 바닥으로 향해 공을 뿌렸다. 공식 기록은 시속 100km 체인지업이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투구였다. 결국 최주환을 뜬공 처리했다. 후속 김재호와 승부에서 볼넷을 허용하며 2사 1,2루 블론 세이브 위기까지 몰렸지만 허경민을 내야 땅볼로 잡아내며 경기를 지켜냈다. 시즌 13호 세이브를 따냈다. 경기 후 “이후 와인드업 후 선택한 구종이 마음에 들지 않아 보크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패대기 투구를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시즌 13호 세이브를 기록한 정우람(왼쪽)이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테랑 정우람도 주저하게 한 보크는 뭘까. 사실 보크는 야구에서 가장 어려운 규정 중 하나다. 보크란 베이스에 주자가 있을 때 투수의 반칙 투구행위를 두고 하는 말이다. 투수가 보크를 범하면 모든 주자는 한 베이스씩 진루한다. 야구규정에는 A부터 M까지 무려 13가지 보크 항목이 있다. 그만큼 복잡하고 다양한 게 바로 보크다. 
 
보크를 간단히 설명하면 '투수가 상대 타자나 주자를 기만하거나 속이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4심 중 누구라도 보크를 선언할 수 있지만, 보크를 범하더라도 심판이 선언하지 않으면 적용되지 않기도 한다. 명백한 경우도 있지만 머리, 어깨, 엉덩이, 무릎, 발까지 미세한 동작의 보크도 있다. 평균 20%는 심판도 잡아내지 못하는 게 보크다. 야구규칙에는 스트라이크·볼 판정 그리고 세이프 판정과 함께 어필로 번복될 수 없는 사안으로 보크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보크는 비디오판독 대상도 아니다. 
 
보크를 크게 세 가지 분과로 나누어 보면 먼저 이중투구다. 이중투구는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사례로 야구규정은 '투수 판에 선 투수가 투구 동작에 들어간 뒤 투구를 하지 않을 경우'라고 명시한다. 정우람의 사례처럼, 투구 동작 후 공을 던지지 않으면 보크가 된다. 정우람은 보크를 피하기 위해 ‘패대기 투구’를 한 것이다. 
 
다음은 견제 상황이다. 좌투수가 1루 견제할 때 보크가 가장 많다. 특히 자유족(오른발) 각도가 홈플레이트 쪽으로 향하면서 1루로 견제할 경우 대부분의 주자는 견제에 걸려 아웃된다. 때문에 좌투수가 1루로 견제할 때에는 자유발이 1루 베이스코치 안쪽 라인까지 들어와야 보크를 피할 수 있다. 또 퀵 피치도 문제다. 셋 포지션에서 어느 정도 정지를 한 다음 공을 던져야 하는데, 너무 짧은 시간만 멈추고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있다. 이 경우 보크다. 끝으로 애매한 요소가 많은 이중투구나 견제상황과 달리 명확한 보크 상황도 있다. 투구판에 발을 대고 있는 투수가 우연히 또는 고의로 공을 떨어뜨리면 보크가 선언된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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