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당일 행적 여전히 '미궁'…해경, 조사 중
개인 수첩·지갑 확보, 조사 중…CCTV 2대 모두 고장
“월북 가능성 말도 안 돼” A 씨 친형 반박
어업지도선에 남아있던 A 씨의 공무원증이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허지형 기자] 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공무원이 월북 징후 등 당일 행적이 여전히 미궁에 빠졌다.

◆ 그날의 행적 ‘의문’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A(47) 씨. 22일 어업지도 활동 중 함께 배에 타고 있던 동료들이 A 씨가 보이지 않아 실종 신고를 했다. 배 안에서는 A 씨의 신발만 발견됐다.

당국은 A 씨가 원거리 북측 공격을 받고 숨졌고, 시신을 수습해 화장한 것으로 잠정 확인했다고 전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24일 오후 언론 브리핑을 열고 해양수산부 소속 499t급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현장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해경은 A 씨가 평소 사용한 어업지도선 내 침실에서 그의 휴대전화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유서 등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A 씨의 개인 수첩과 지갑 등은 확보해 조사 중이다.

또 무궁화 10호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2대를 확인했으나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아 A 씨의 실종 당시 동선을 파악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실종 당시 A 씨의 신발이 선박에 남아 있었고 그가 평소 조류 흐름을 잘 알고 있었으며 채무 등으로 고통을 호소한 점 등을 볼 때 자진해서 월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계속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22일 오후 3시 30분쯤 북한이 A 씨의 표류 경위를 확인했고, 월북 진술을 들은 것은 오후 4시 40분이라고 밝혔다. 이후 A 씨는 같은 날 오후 9시 40분쯤 북이 쏜 총격을 맞아 숨진 뒤 10시께 불에 태워졌다.

21일 당직 근무를 하던 중 이탈한 이후 북한 단속정에 의해 발견될 때까지 꼬박 하루가 넘는 시간의 행적이 미궁에 빠졌다.

연평도 어업지도선 선원 실종 위치 / 연합뉴스

◆ “월북 가능성?…말도 안 돼”

A 씨는 2012년 서해어업관리단에 임용돼 14일부터 무궁화호10호에 승선했다. 사건이 발생한 21일에는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1등 항해사로 어업지도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

무궁화10호에는 A 씨를 포함해 10여 명이 승선, 16일 출항해 25일 복귀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목포 관사에서 직원과 함께 거주 중이었으며, 아내와 2명의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A 씨가 해류 방향을 잘 알고 있고 해상에서 소형 부유물을 이용했으며, 북한 선박에 월북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토대로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해경은 A 씨가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현장조사 결과 A 씨의 유서 등 월북 징후를 전혀 남기지 않았으나 신발이 선박에 남아 있었고, 평소 조류 흐름을 잘 알고 있으며 채무 등 고통을 호소한 점을 볼 때 자진해서 월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A 씨의 형 이 모 씨는 연합뉴스에 “선박에 공무원증과 신분증이 그대로 있었다. 북한이 신뢰할 공무원증을 그대로 둔 채 월북한다는 것이 이해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바다에서 4시간 정도 표류하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공포가 밀려온다. 동생이 실종됐다고 한 시간대 조류의 방향은 북한이 아닌 강화도 쪽이었으며 지그재그로 표류했을 텐데 월북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실종 공무원 선실 내부 모습이다. / 연합뉴스

그러면서 “국방부와 해경이 제대로 수색하지 않아 발생한 일을 동생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부가 이 씨에게 떠넘기기 위해 월북설을 퍼트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연평도 주민들 또한 바다 상황에 밝았더라도 먼 거리를 이동했단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2일 오후 3시 30분께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측 수산사업소 선박에 의해 발견됐다. 이는 최초 실종 사건이 접수된 지점인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서 서북서 방향으로 약 38㎞ 떨어진 해상이다.

그는 별다른 장비를 착용하고 있던 것도 아니고, 구명조끼와 부유물만 가지고 40km에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태원 전 연평도 어촌계장은 "당사자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겠지만, 바다에서 표류하며 24시간 이상 생존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론 납득할 수 없다"며 "정말 살아있는 상태로 북측에 발견된 것인지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평도 주민들은 지난 2010년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민간 거주지역을 포격 도발한 사건이 있었다. 군인은 물론 민간인 사망자까지 나온 당시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연평도가 또다시 남북관계의 중심이 서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결과 및 정부 대책을 보고받고 "충격적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허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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