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개업자들… 각종 규제·新거래시스템 도입에 ‘사면초가’
위기의 중개업자들… 각종 규제·新거래시스템 도입에 ‘사면초가’
  • 김준희 기자
  • 승인 2020.09.27 12:45
  • 수정 2020-09-27 12:45
  • 댓글 0

전국 주택 거래량 급감에 부동산 중개업소 개업 감소… 폐·휴업은 증가
중개 수수료 개편, 표시·광고 규제 강화 등 옥죄기에 중개업계 "책임 전가·사회악 매도" 호소
한산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한산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거래가 없어요. 부동산은 많은데 일이 없으니까 경쟁은 더 심해졌고요. 문 닫는 중개업소가 한두 개가 아니에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소재 부동산에서 일하는 공인중개사 A씨는 최근 중개업 현황에 대해 묻자, 한숨을 쉬며 이렇게 답했다. 각종 규제와 업황 악화로 인해 중개업자들이 궁지에 몰린 모양새다.

27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8월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 개업은 1302건, 폐업과 휴업은 각각 1028건, 69건으로 집계됐다.

개업은 7월 1468건 대비 11.3% 감소했다. 지난 6월 1488건 이후 2달 연속 줄었다. 반면 폐·휴업은 지난 7월 1087건에서 8월 1097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서울의 경우 중개업소 폐·휴업은 지난 6월 141건에서 7월 149건, 8월 182건으로 2개월 연속 늘어났다.

업계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택구매 수요가 크게 줄면서, 중개업소 개업이 감소하고 폐·휴업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월간 신고 건수 기준 지난달 주택매매 건수는 8만5272건으로 전월 대비 39.7% 급감했다.

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악화하면서 중개업자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23일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시스템 구축에 결사 반대한다는 뜻을 담아 시위 등 조직적인 행동을 통해 공인중개사 생존권을 사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정부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인 지능형(AI) 정부 구축 사업에 8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며, 세부과제로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등 블록체인 활용 실증사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협회는 “지능화하는 부동산 거래사기를 방지하고,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선 지역 사정에 밝은 개업 공인중개사의 축적된 노하우와 현장 실사가 필수적”이라며 “중개인 없는 거래를 운운하는 것은 탁상행정이며 소비자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박용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용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정부가 추진 중인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 설립 계획에 대해 “실효성 없는 옥상옥 기구는 무의미하다”며 “국가에서 배출한 부동산 전문자격사인 공인중개사가 거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개 수수료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25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 부동산 중개 수수료 체계 문제점을 지적한 데 대해 “부동산 중개 수수료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며 “저희도 고민을 같이 해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부동산 중개보수 요율표에 따르면 임대차 거래에서 주택이 1억원 이상·3억원 미만일 경우 0.3%, 3억원 이상·6억원 미만이면 0.4%, 6억원 이상이면 0.8% 이내에서 중개업자와 협의 후 정하도록 했다. 당시 송 의원은 6억원짜리 주택 임대를 중개할 경우 수수료 한도가 480만원으로 높아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개사들은 “집값이 올라 수수료가 비례해 올랐을 뿐”이라며 “최고 요율대로 받지도 못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규제 관련법이 한 달의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 21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등 업계를 옥죄는 정책이 계속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호소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지난 21일 올라온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중개사 없이 부동산 거래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님 전상서’라는 제목의 글에는 “대부분의 공인중개사는 아무리 작은 계약이라도 수십번 점검하고 유의하며 임한다. 중개업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문제가 발생하면 처분이나 불이익을 당하는 건 정당하게 자격증을 가지고 일하는 공인중개사뿐이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행위를 하고 의뢰인에게 손해를 발생시키는 중개사는 대부분 자격증을 대여한 무등록업자나 컨설팅 업체”라며 “그런데 국가는 이들 무등록업자를 소탕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은 하지 않고 방기한 채 모든 책임을 선량한 공인중개사에게 전가하고 사회악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협회는 지난 23일 박용현 협회장의 국회 앞 1인 시위를 필두로 전국 지역별 릴레이 시위와 민주당사 앞 집회(10인 이하 구성)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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