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의 이대성. /임민환 기자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양팀 모두 전력이 다듬어진 상태가 아니라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네요.”

27일 전북 군산 월명체육관에서 만난 농구 관계자들은 2020 MG새마을금고 KBL컵대회 우승팀 전망에 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019-2020시즌 정규리그 공동 1위인 서울 SK 나이츠와 이대성(30)을 영입하며 다가오는 시즌 돌풍을 예고한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의 대회 결승전은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기자석은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들어차기 시작했으며 양팀 선수단의 사전 몸풀기 훈련에선 남다른 비장함이 느껴졌다.

◆MVP는 이대성 차지

이번 컵대회는 10월 9일 개막하는 2020-2021시즌 정규리그의 ‘전초전’ 성격을 띠는 만큼 기선제압이 중요했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팀은 오리온이었다. 오리온은 94-81로 승리했다. 조별리그에서 2연승을 거두고 C조 1위로 준결승에 오른 오리온은 D조 1위 전주 KCC 이지스를 완파한데 이어 SK까지 꺾으며 대회 정상에 우뚝 섰다. 오리온은 우승 상금 3000만 원을 손에 넣었다. 18득점 4어시스트를 올린 이대성은 유효 투표 수 43표 중 25표를 획득,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MVP 상금은 100만 원이다. SK는 준우승 상금 1000만 원을 받았다.

양팀은 시작부터 치열한 승부를 이어갔다. 오리온과 SK는 1쿼터를 22-22, 동점으로 마쳤다. 오리온은 주축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보인 반면, SK는 1쿼터에 18점을 합작한 변기훈(9득점)과 닉 미네라스(9득점)의 공격력에 의존하는 분위기였다. 오리온은 2쿼터에서 키 2m가 넘는 디드릭 로슨(23)이 10득점 7리바운드로 골밑을 책임지며 보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이대성은 1쿼터(5득점)에 이어 2쿼터에서도 6득점으로 꾸준히 활약했다. 이대성은 2쿼터 종료 2분 17초를 남기고 3점슛을 성공하는 등 여전히 과감한 공격 플레이를 선보였다.

44-39, 5점 차로 앞선 채 3쿼터에 들어선 오리온은 공격의 고삐를 더욱 조였다. 이대성과 이승현(28)은 외곽에서 최진수(31)는 골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며 득점 기회를 노렸다. 3쿼터 3분 51초를 남기고 이대성은 최진수에게 공을 건넸고 최진수는 포스트업을 시도하다가 공을 잠시 놓쳤지만 재빨리 잡아 쉬운 골밑 슛으로 득점을 해냈다. 이어 이승현과 최진수는 연달아 득점을 해냈다. 이에 반해 SK는 오리온의 빠른 내외곽 전환 플레이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다. 공격에서도 오리온의 밀착 수비에 다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6점 차 리드 상황에서 4쿼터를 시작한 오리온은 상대에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8분 33초를 남기고 점수 차는 72-68, 4점 차까지 줄었지만, 그 뒤로는 다시 점수 차를 벌리며 대회 우승을 이뤄냈다. 오리온은 이대성과 함께 이승현(23득점 7리바운드), 허일영(22득점)도 제 역할을 다했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선수단. /임민환 기자

◆희망을 본 오리온

강을준(55) 오리온 감독은 “희망을 본 대회다. 물론 숙제도 생긴 것 같다. 짧은 기간에 그 부분을 보완한다면 좋을 것 같다. 작년에 성적(최하위)이 나빴는데 올해 준비 했던 게 조금씩 되다 보니 선수들이 자신감을 회복한 것 같다. 저도 많이 웃기려고 노력했다. 선수들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했던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빅맨과 백업 선수가 필요하다. 그 부분이 보강된다면 더 좋은 경기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이대성의 활약에 대해선 “오늘 처음엔 잘 안됐다. 결승전이다 보니 생각과 몸이 따로 흘러갔던 게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지적한 부분 잘 따라줘 이후엔 쉽게 풀렸다”고 돌아봤다.

이대성은 “MVP 주신 건 감사하지만 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승현이나 (허)일영 형 등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제가 상을 받은 것보다 한 팀으로 우승하게 된 게 기쁘다. 감독님이 강조하시는 원팀이 돼 함께 땀 흘리고 얻은 우승이 값지다는 마음이다. 평상시엔 개인적인 걸 앞세웠는데 팀이 하나돼 우승하니 기쁘다”고 감격스러워했다.

SK는 김선형(32), 최준용(26), 김민수(38) 등 주전들이 대거 빠진 게 뼈아팠다. 문경은(49) SK 감독은 “체력, 높이 측면에서 후달린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게 많다”며 “특히 변기훈(31)은 MVP급 활약이었다. 빅포워드 라인업과 스몰라인업의 축이 생긴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변)기훈이는 몇 년간 슬럼프에 빠졌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롭게 자리매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크게 세 가지 키워드를 남겼다. 지난 시즌 꼴찌 오리온의 반란, 그로 인한 KBL 흥행 가능성, 그리고 철저한 방역에 따른 안전한 시즌 소화 가능성이다. 컵대회의 성료는 시즌 개막의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강을준 오리온 감독. /임민환 기자

군산=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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