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일감 몰아주기 해소 · 재고자산 축소 · 양도세 절감
셀트리온 인천 송도 본사.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셀트리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최대 수혜주로 셀트리온제약을 주목했다. 또 이번 합병으로 그간 그룹을 괴롭히던 '일감 몰아주기'와 '대규모 재고자산' 논란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양도세 절감 ▲승계 간편화 등의 효과도 예상된다. 

개편안에 따르면 그룹은 서 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35.54% 중 24.33%를 현물출자해 지주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했다. 이후 내년 말까지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합병할 계획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지주회사 행위 제한 요건이 충족되는 시점에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를 합병한다. 개편 작업 완료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설립 왜?

증권가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 중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을 설립, 셀트리온홀딩스와 합병하는 '중간 단계'를 거치는 까닭에 대해 서 회장의 양도세 혜택과 승계 및 절차 간소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지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전부터 유력하게 봐온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셀트리온이 셀트리온제약을 흡수한 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하는 방식"이라며 "이 경우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35.5%에 대한 양도소득세(25%)를 납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설립할 경우, 지주사 설립을 위한 현물 출자로 조세특례제한법 '과세이연제도'에 따라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납부를 주식 매도시까지 유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세이연제도'는 지난 1997년 기업 구조조정 촉진 및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으나, 오는 2022년부터 혜택을 없애거나 축소될 예정이다. 즉 서 회장이 해당 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내년 말까지 통합 지주회사 설립 및 3사 합병까지 완료해야 한다.

김 연구원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간 단순 합병방안 거론 당시 '서 회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합병을 진행할 것이 아니냐'는 주주들의 지적에서 자유로워진다"며 "향후 (2세) 지분 승계 시 합작 홀딩스의 지분만 증여하면 되기에 승계 절차도 간소화 가능하다"고 말했다.

셀트리온그룹 지배구조 변경 예상도. /메리츠증권

일감 몰아주기·재고자산 우려 해소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그간 그룹의 꼬리표였던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해소할 수 있다.

현재 셀트리온은 바이오 의약품 연구 및 생산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은 각각 해외와 국내 판매를 맡고 있다. 이같은 구조 때문에 셀트리온의 올해 상반기 내부거래 비중은 89.3%(매출 8016억원 중 7162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 3년간 셀트리온 매출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80.7%로 2017년 87%, 2018년 78.6%, 지난해 76.4%를 기록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서도 셀트리온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은 41.4%로 59개 조사대상 중 가장 높았다.

더불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대규모 재고자산 문제도 해결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난 2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은 1조783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램시마SC를 본격적인 판매돌입 전에 셀트리온으로부터 선매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램시마SC의 상반기 총 매출 규모는 164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김 연구원은 "3사가 합병하면 셀트리온의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높은 매출 의존도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대규모 재고자산 관련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의약품 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한 회사에서 진행할 수 있어 기존의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실적 투명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셀트리온제약, 지배구조 개편 후 최대 수혜주? 

셀트리온그룹 지배구조 개편 발표 후 셀트리온제약의 주가도 크게 상승하는 모양새다.

셀트리온제약은 28일 코스닥 시장에서 전일 대비 6.68%(6900원) 상승한 11만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코스닥 기업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전 거래일의 가격(8만7700원)을 유지했다. 

코스피 상장사인 셀트리온은 이날 장 초반 26만9500원까지 올랐다가 상승세가 꺾여 전 거래일 대비 1.35%(3500원) 내린 25만5000원 거래를 마쳤다.

셀트리온제약의 주가가 상승한 이유는 3사 가운데 가장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기업 가치의 상승 여력이 더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5일 10만3300원에 장을 마감했던 셀트리온제약은 합병 공식화가 발표되자, 시간외 거래에서 11만3600원의 상한가로 거래를 종료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은 각각 6.95%, 3.67% 오른 9만3800원, 26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투자 방향성 판단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경우 단지 3사 합병을 위한 과정에 불과하고, 실적 규모 역시 3사 단순 합산한 값보다 줄어들 수도 있어서다.  

무엇보다 높은 소액주주 비중(셀트리온 60%, 셀트리온헬스케어 52%, 셀트리온제약 45%)을 감안하면 '합병비율' 산정에 따라 주주총회 통과 여부가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크다.

김 연구원은 "기업 가치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사업부 이전 등이 발표되지 않아, 향후 합병 과정과 관련 내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존 상장 3사를 합병하기에는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라며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소액주주 비율은 각각 62.97%와 52.39%로 매우 높아 합병 법인의 기업 가치에 따라 각 기업의 기존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셀트리온그룹 3사가 합병에 성공한다면 시가총액 약 52조원(28일 종가 기준 단순합산)에 달하는 제약·바이오 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이는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347조원), SK하이닉스(60조원)에 이은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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